사진으로 전하는 태고의 메시지 “수신상태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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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전하는 태고의 메시지 “수신상태 양호”

    춘천문예회관 30주년 기획전 ‘파이브 바이 파이브’
    지역 연고 등 현대 사진계 대표 사진작가 5명 참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 담아, 100여점 대규모 전시

    • 입력 2023.04.06 00:00
    • 수정 2023.04.06 14:1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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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문화재단의 기획사진전 ‘파이브 바이 파이브’가 5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개막,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문화재단의 기획사진전 ‘파이브 바이 파이브’가 5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개막,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한국 사진 역사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춘천문화재단(이사장 최연호)의 기획사진전 ‘파이브 바이 파이브(Five by Five)’가 5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현대 사진계를 대표하는 구본창, 김녕만, 박형렬, 방병상, 심상만 작가가 참여해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형 전시다.

    전시 타이틀인 ‘파이브 바이 파이브’는 아날로그 통신에서 신호 강도와 선명도가 각각 최고조에 달한 좋은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다. 수신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로 일상에서는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는 때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섯 명의 사진작가가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 제각각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김희정(동강국제사진제 큐레이터) 전시감독은 “사진작가들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들의 신호가 워낙 강렬하고 뚜렷하다”며 “파이브 바이 파이브라는 수식어로 모두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사라지지 않고 무한히 확장되어 가는 신호의 파장처럼 함께 공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렬(왼쪽부터), 방병상, 김녕만, 심상만, 구본창 작가. (사진=한승미 기자)
    박형렬(왼쪽부터), 방병상, 김녕만, 심상만, 구본창 작가. (사진=한승미 기자)

    전시작들은 저마다 다른 주제와 독창적인 표현이 인상적이지만, 결국 자연과 고향 등 본질을 향한 원초적 탐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이는 선조들의 백자나 땅, 과거의 사람들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시각화되고 있다.

    구본창 작가는 해외 박물관 수장고나 유리장에 보관됐던 백자들을 마치 인물의 증명사진을 촬영하듯 풀어냈다. 조명이나 색감이 제한된 정갈한 모습의 백자는 시공을 초월한 혼이 담긴 듯한 인상을 전한다. 

    김녕만 작가는 수십여년 전 작품들을 숙성시켜 꺼내놨다. 1970~80년대 그의 고향인 전북 고창을 중심으로 촬영된 사진들로 김 작가 특유의 해학과 휴머니즘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소한 일상이었던 과거의 순간들이 시대의 기록이 되어 새로운 감상을 전한다.

    박형렬 작가는 인류가 자연에 가하는 폭력을 땅을 통해 보여준다. 인위적으로 변형된 대지가 전하는 조형미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 부감 형태로 기록, 사람의 눈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대면하도록 유도한다. 

     

     ‘파이브 바이 파이브’에는 현대 사진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다섯 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사진=한승미 기자)
    ‘파이브 바이 파이브’에는 현대 사진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다섯 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번 전시에는 지역 연고 작가들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상만 작가는 인간의 욕구와 사진의 속성에서 기인한 ‘인간이 만든 신무릉도원’을 선보인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연출한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실제와 허구,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중 구조의 재현 속에서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유사 자연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강원도 출향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방병상 사진가는 밀리터리 온라인 사이트 기자로 활동하며 촬영한 사진들을 꺼내놨다. 모의 전투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 수백 컷의 섬네일 이미지를 시각화한 것으로 현실에서 재현되는 가상의 상황을 통해 미디어적인 허구의 속성을 비춘다. 

    최연호 이사장은 “다섯 명의 작가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만들어가는 공명과 재현의 힘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우리들의 안목을 더 순조롭고 선명하게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14일에는 춘천 출신 첼리스트 홍진호가 전시장에서 첼로 연주에 나선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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