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자국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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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자국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기자수첩] 최민준 경제팀 기자

    • 입력 2023.04.04 00:01
    • 수정 2023.04.07 06:41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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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준 경제팀 기자
    최민준 경제팀 기자

    실외,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항 해제에 이어 지난달 20일부턴 3년 만에 대중교통에서의 착용 의무도 사라졌다. 하지만 마스크가 닿았던 자국은 여전하다. 3년간 쓸리던 피부와 욱신거리던 귀가 한순간에 괜찮아질 리 없다. 마스크를 쓴 시간만큼 자국은 더 깊어졌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흔적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팬데믹 후 고공행진을 시작한 물가는 여전히 숨통을 조이고 있다. 고기, 채소 가릴 것 없이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올랐고 점심 한 끼가 1만원인 세상이 됐다. 대표 서민 음식인 국밥, 짜장면, 치킨 등의 가격은 최근 몇 년 새 1.5배 가까이 올랐다. 한 번 오른 가격이 다시 내려갈 리는 만무하다.

    금리도 올랐다. 2020년 이후 한동안 연 0.5%에 머물던 기준금리는 물가 인상 기조에 따라 1년 5개월 만에 3.5%까지 뛰었다. 그러자 대출금리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이 연 8%를 찍었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5~6%대로 여전히 내 집 마련은 버겁기만 하다.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니 고용 시장은 당연히 움츠러들었다. 특히 지역 젊은 층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강원통계지청에 따르면 2월 강원지역 고용률은 59.3%로 전국 평균(61.1%)을 밑돌았다. 만 20~39세 취업자 수는 오히려 전년 동월보다 6000명 감소했다. 이제 취업준비생들은 본인의 스펙이 아니라 고용률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단기, 임시직 등 고용 질적 문제도 여전하다.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코로나19가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3년간 팬데믹이 남긴 흔적들은 여전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코로나19가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3년간 팬데믹이 남긴 흔적들은 여전하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시외버스 노선 역시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이동 인구가 줄어들며 노선 중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유행세가 가라앉았으니 무작정 노선을 다시 돌려놓으라고 할 수도 없다. 줄어든 승객은 물론 살길을 찾아 떠난 기사들도 돌아오지 않았다. 2019년 1200만명이던 강원지역 시외버스 이용객은 지난해 700만명으로, 기사는 300명에서 180명으로 감소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코로나가 끝났다고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코로나’란, 전염병보다 ‘경기 침체’라는 비유적 표현에 가까웠다.

    대중목욕탕, 붕어빵 가게 등 골목 상권부터 대학 앞 음식점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중목욕탕은 코로나19 전염 우려 속 이용 감소, 붕어빵 가게는 원자잿값 인상, 대학가 식당은 비대면 수업으로 끊긴 발길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미 사라진 가게들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상에 코로나19가 새긴 자국들이다.

    그래도 관광과 의류처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올 2월 춘천을 찾은 방문객 수는 23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2월(218만명)보다도 증가했다. 봄 나들이객도 늘어나며 지역 패션 업계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5~30% 늘었다. 업계에선 머지않아 상권이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키우고 있다. 관광과 소비재 수요 회복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역 상권 전체에 연쇄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할 화창한 날씨 속 명동 거리와 지하상가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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