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작은 도시의 혁신, 춘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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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작은 도시의 혁신, 춘천의 변화

    • 입력 2023.04.03 00:00
    • 수정 2023.04.03 14: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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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국제연합(UN)은 지난해 기준 세계 인구의 56%가 도시에 거주하며 2050년엔 그 비율이 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와 기회를 찾는 이들이 모이고 생활 경험과 공동지식이 축적되며 도시만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가 만들어졌다. 도시에 자리 잡은 산업과 기업의 성장은 도시를 혁신의 주체로 만들었다.

    도시는 문화와 성장을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우선 도시는 ‘기후 위기 공간’이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60%와 온실가스 배출 70%가 도시에서 발생한다. ‘감염 위기 공간’이기도 하다. 생태계로부터 들어온 바이러스 감염의 95%는 도시에서 전파된다. 세계 저편의 도시들은 전쟁 난민과 테러로 ‘사회적 재난 위기 공간’이 됐다. 이제 도시는 바꿔야 할 혁신의 대상이다.

    모든 도시에서 ‘혁신’은 정치, 산업,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가 됐다. 그러나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혁신에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 우리들의 도시 춘천은 어떠한가?

    한국의 유별난 경제성장 당시 물과 전력을 공급했던 춘천은 물 환경 때문에 많은 규제로 묶여있다. 대규모 공장이나 관광단지, 높은 빌딩 등 산업 기반은 거의 들어서지 못했다. 한복판에 버티고 있던 미군기지로 인해 인프라가 노후화된 원도심은 복합적인 쇠퇴 중이다.

    창의와 혁신의 생태계를 이끌 춘천만의 새로운 관점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 대신 깊은 물과 뚜렷한 산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춘천만이 전할 수 있는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치고 오르는 높은 건물은 많지 않지만 호젓한 골목길을 마주하고 서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춘천만의 감각을 만들고 있다.

    작은 도시 춘천의 혁신은 ‘성장’하는 것에서 ‘성숙’하는 것으로 변해야 한다. 누군가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작은 도시 춘천은 서로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며 새로운 감각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상상하는 학습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시가 단번에 변화하고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규칙과 가치가 변하기까지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분히 대화하고 합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도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당장의 추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생활과 행동을 달리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낯섦을 견뎌내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변화는 아주 더디게 다가온다.

    지역의 작은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다르게 보면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촉발되기 용이한 시점이기도 하다. 개인과 조직, 제도의 역량은 편안한 환경보다는 새로운 위기를 마주칠 때 드러난다. 주목받는 혁신 사례가 대도시가 아닌 아직 모자라지만 성숙한 변방의 도시에서 나타나는 이유기도 하다. 변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성과를 내는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작은 도시 춘천이 용감한 이들의 불확실한 시도를 더 자주 격려하고, 성실한 실패를 더 많이 수용하고, 공동의 학습을 더 여럿과 공유할 수 있다면 혁신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그 가능성을 좇아 더 많은 사람이 춘천을 찾아와 터전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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