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캔버스에 담은 고해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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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난 캔버스에 담은 고해의 단상

    이상원미술관 첫 기획전, 김명진 개인전
    한지 찢고 붙이는 특유의 콜라주 선보여
    다양한 인간상과 해방의 정서 등 드러내

    • 입력 2023.03.07 00:00
    • 수정 2023.03.07 10:40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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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미술관 2023년 첫 기획전으로 마련된 김명진 개인전 ‘콜라주(Collage)’가 내달 30일까지 열린다. (사진=이상원미술관)
    이상원미술관 2023년 첫 기획전으로 마련된 김명진 개인전 ‘콜라주(Collage)’가 내달 30일까지 열린다. (사진=이상원미술관)

    이상원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김명진 개인전 ‘콜라주(Collage)’가 내달 30일까지 이상원미술관에서 열린다. 난해해 보이지만 삶과 예술을 고민한 진지한 태도를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개인전은 ‘어둠 속에서 나, 너, 세상을 만나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전시에서는 모두 2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의 보이는 이미지는 단순한 편이다. 소년과 여성, 왕, 커플과 같은 인물들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찢긴 한지와 겹겹이 쌓인 물감으로 인물의 모습은 불분명하게 드러난다. 

     

    김명진 작 '커플'
    김명진 작 '커플'

    그의 작품들은 종이나 천 등을 오려 붙여 이미지를 만드는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잡지나 인쇄물 등 기존 인쇄물을 재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일반적인 콜라주 대신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한지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캔버스 바탕을 검은색으로 칠하면서 작품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두운 배경에 한지 조각을 찢어 붙이고 물감칠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때 사용되는 검은색은 먹과 수성 안료, 재를 혼합한 것으로 일반적인 검은색보다 더 심도 있는 어두움으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 어두움을 ‘검은빛’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고해의 장소라고 말한다. 

    ‘고해의 장소’로 정의된 검은 바탕 위에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형태가 만들어졌다가 부서지며 수많은 감정과 변화를 거쳤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과 진실한 고백을 작품을 통해 토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뿔난 소년’은 소통에 능숙하지 못하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폐쇄적인 인간상을 표현했다. 이는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담은 것으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김명진 작 '뿔난소년'
    김명진 작 '뿔난소년'

    또 권위를 가진 인물을 표현한 ‘왕’은 힘과 함께 감당해야 하는 나약함과 비참함을 함께 표현하며 성모상을 모티브로 한 ‘마더’와 ‘기뻐하라’는 여성의 모습을 빌어 사랑과 해방의 정서를 표출한다. 

    자매와 남녀, 소년과 소녀 등 두 사람의 인물이 등장하는 ‘커플’이라는 제목의 작품들도 다수 볼 수 있다. 이는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로 관계 속에서 성숙하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어둡고 난해해 보이지만 결국 바깥세상과 내면에서 늘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

    신혜영 이상원미술관 학예실장은 “혼돈을 마주하며 그려낸 김명진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마디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삶의 알맹이들이 어둠 속에서 빛처럼 부서져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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