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서울은 여성우선주차장 없앤다는데⋯ 춘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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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서울은 여성우선주차장 없앤다는데⋯ 춘천은?

    매장 출입구와 가깝고 주차공간 넓은 여성우선주차장
    시민들 “남성에 대한 역차별 vs 여성들 위한 배려”
    서울시는 논란 일자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

    • 입력 2023.02.28 00:01
    • 수정 2023.03.01 00:08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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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춘천 온의동의 한 대형마트에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져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25일 춘천 온의동의 한 대형마트에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져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춘천지역에서도 여성우선주차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입장이 엇갈린다.

    현재 춘천에는 여성우선주차장과 관련된 조례가 없지만 대형마트 등에서 여성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14일 각종 논란 끝에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춘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MS투데이가 25일 오후 춘천 온의동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매장 입구 바로 앞에서 춘천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이날 이 지하주차장에는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마트가 비교적 한산한 시간임에도 여성우선 주차장에는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김모(53)씨는 여성우선주차장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장애인처럼 신체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트와 제일 가까운 자리를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지정하는 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모(42)씨 역시 “가족끼리 마트에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여성우선주차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원조인 서울도 없앤다는데 춘천에서 못 없앨 이유가 뭔가“라고 했다.

    반면 여성우선주차장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모(여·37)씨는 “혼자 마트에 자주 오는데 여성우선주차장 덕에 짐을 들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주차공간도 넓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한모(26)씨 역시 “범죄 위험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마트가 가깝기 때문에 위급상황 시 도움을 청할 때 요긴할 것 같다”고 했다. 

    논란과 상관 없이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춘천시내 여성우선주차장도 유명무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춘천시에서는 장애인 주차구역과 달리 여성우선주차장에 남성이 주차하더라도 과태료 등으로 제재할 방안이 없는 상태다. 분홍색 구획선과 넓은 주차칸 등이 오히려 여성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여성우선주차장은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한 제도다.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따라 30대 이상인 주차구역에는 전체 주차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우선주차장으로 확보해야 했다. 당시 지하 주차장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도·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여성의 안전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 실제 여성의 이용 비율이 낮고 약자로 배려받는 느낌을 받아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여성에서 가족으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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