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하락으로 한동안 뜨겁던 예금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은행권은 대출금리도 인하하고 나섰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23일 발표한 ‘2022년 12월중 강원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역 은행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6300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을 포함한 저축성예금은 한 달 만에 1조3953억원이 빠져나갔다. 예금이 크게 늘었던 전월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강원지역 시중은행은 정기예금으로만 9210억원을 모았다. 퇴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동희(32)씨는 “기존에 들었던 예금 만기가 끝나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려 했는데 금리가 낮아 큰 매력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하락이 예금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정부의 금리 인상 자제령에 따른 은행 간 경쟁 완화로 예금금리를 대거 인하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연 5%에 달했던 예금금리는 이후 빠르게 하락했고 연 3%대까지 내려왔다. 24일 기준 KB국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주요 예금금리는 연 3.4~3.6% 수준이다.
반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지급하는 신용협동조합, MG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예금은 오히려 더 많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기관들의 예금은 7080억원 늘었다. 직전월(3224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24일 기준 춘천신협, 북춘천MG새마을금고 등의 정기예탁금금리는 연 4.7%다.
연이은 예금금리 인하에도 요지부동이던 대출금리 역시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인 신한 ‘신한주택대출’ KEB하나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의 평균금리(24일 기준)는 각각 연 5.1%, 5.2%다. 지난달 초 연 8%를 넘겼던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의 금리는 최저(우대금리 적용) 5.4%까지 떨어졌다.
예금금리는 서둘러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좀처럼 인하하지 않자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를 의식한 은행들이 서서히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 이달 28일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최대 0.35%p, 전세대출금리를 0.55%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출금리를 내려도 이미 가입된 대출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대출은 당시 체결된 계약을 기준으로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금리에 대한 은행의 우대 및 인하 계획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춘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떨어졌다고 해서 고금리 시기에 가입한 고객의 금리를 차감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며 “금리 조정을 원하는 고객들은 금리인하요구권 등을 행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