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공간 ‘19호실’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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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되는 공간 ‘19호실’로 초대합니다

    도 청년 작가 그룹전 27일까지 상상언더
    장소영 기획 전시, 사진·회화·미디어아트
    청년 외로움과 무기력함에 공감 메시지

    • 입력 2023.02.21 00:00
    • 수정 2023.02.22 00:33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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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한 방송에서 김영하 소설가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유행 이유를 일상의 근심이 없는 곳으로의 탈피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미국 작가 데비이드 실즈는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고 언급했다.

    가장 편할 것 같은 ‘집’이라는 공간이 불편한 공간일 수 있다는 탁월한 통찰이다. 

     

    ‘19호실에 머무는 법’이 오는 27일까지 춘천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19호실에 머무는 법’이 오는 27일까지 춘천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최근 춘천의 청년 작가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담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춘천 갤러리 상상언더에서 열리는 ‘19호실에 머무는 법’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소영(이내) 작가가 직접 기획했다. 전시에는 장소영 작가와 한동국, 정찬민 작가 등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이 함께한다.

    전시 타이틀의 ‘19호실’은 도리스 레싱의 소설 ‘19호실로 가다’에서 차용했다. 유능했던 직장인이었다가 전업주부로 살게 된 주인공이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싸구려 호텔 19호실에 자신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이야기다. 19호실은 그에게 역할에 대한 압박 없이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됐지만 결국 남편에게 들키게 되면서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들은 전시장에 각자의 ‘19호실’을 만들고 관람객을 초대한다. 주제를 관통하는 회화, 사진, 미디어 분야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찬민 작가 작품으로 채워진 전시 공간. (사진=한승미 기자)
    정찬민 작가 작품으로 채워진 전시 공간. (사진=한승미 기자)

    정찬민 작가는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경쟁에서 낙오된 인간이 무력한 존재로 전락하는 과정을 마주한다. 주체성마저 기계화되는 현상을 보여주며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소영 작가는 마음의 모순들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타인의 마음은 온전히 헤아리기 어렵지만, 각자의 서사를 알게 될 때 생기는 공감의 힘에 집중했다. 도달하기 어렵지만 강한 힘을 갖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준다. 

    한동국 작가는 삶의 이유와 마무리에 대해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베란다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며 집을 죽음과 공포의 공간으로 여겼다. 이는 점점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로 변화했고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관람객이 사유할 수 있도록 조성한 '빈 방' (사진=한승미 기자)
    관람객이 사유할 수 있도록 조성한 '빈 방' (사진=한승미 기자)

    이들이 만든 각각의 공간에서는 도심 속 홀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외로움과 무기력함이 전해진다. 전시장 한 편에는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19호실’을 만들어볼 ‘빈방’도 마련됐다. 낯설지만 마음껏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나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해보길 추천한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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