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ISTJ이고, 노담이야 너도 노담이었으면 좋겠어. 술은 그럭저럭 마시는 편이어서 술친구 해줄게. 같은 과든 타과든 상관없어. 게임은 롤이랑 루미큐브 해. 벌레는 걱정하지마 내가 잡아줄게. 가능하면 매일 아침과 저녁에 씻을 거야. 청소는 같이했으면 좋겠어. 잠귀가 어두워서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름^^ 나머지는 같이 생활하면서 맞춰 가면 좋겠어.”
올해 강원대에 입학한 한 신입생이 대학 커뮤니티에 올린 룸메이트 구인 글의 내용이다. 최근 개강을 앞두고 기숙사에 입주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룸메이트를 온라인으로 직접 찾는 신풍속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임의로 룸메이트를 배정해줬지만, 최근에는 학생이 원하는 짝을 찾아오면 한방을 쓰게 해주고 있다. 낯선 사람과 지내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급증하다 보니 비슷한 성향의 룸메이트를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대학들이 이 같은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강원대도 계속해서 관련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왔고,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룸메이트 구인 글에는 흡연 여부부터, 벌레를 잡을 수 있는지, 코골이와 같은 잠버릇 등 기본적인 사항 외 애인이 있는지 등 사적인 부분까지 확인하고 있다. 한 게시글에는 “내가 지내는 곳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글에는 “내가 코를 골기 때문에 코를 고셔도 좋고, 늦게 주무셔도 상관없다”며 “다만 제가 원하는 조건은 딱 하나 피파 유저이고, 해외축구 같이 보실 분이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조건을 따지며 룸메이트를 구하자 결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공유되는 상황이다. 체크리스트에는 기숙사 건물, 나이, 학번, 학과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거주 요일, 기상 시간, MBTI, 같이 밥 먹는 횟수, 친해질 정도 등 다소 민감한 질문들까지 담겨 있다.
강원대 관생자치회 관계자는 “낯선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룸메이트 선택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그간 많았다고 들었다”며 “에타(대학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화돼있는 만큼 그곳을 통해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 보편화됐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자신에게 맞는 짝 잘 찾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