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급출발·급정거⋯춘천 시내버스 난폭해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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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점검] 급출발·급정거⋯춘천 시내버스 난폭해진 이유는

    시내버스 타보니 과속·난폭운전 늘어 승객들 불안
    버스 사고 94건 중 절반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교통법규 변화·주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시간 압박”

    • 입력 2023.02.14 00:00
    • 수정 2023.02.15 00:10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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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춘천의 한 시내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이 균형을 잡기 위해 손잡이와 기둥 등을 잡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13일 오전 춘천의 한 시내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이 균형을 잡기 위해 손잡이와 기둥 등을 잡고 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최근 춘천지역 시내버스를 타면서 과속·급정거 등 난폭 운전을 경험했다는 시민이 늘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안전속도를 시속 50km로 제한하면서 배차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지며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13일 오전 11시쯤 춘천중앙시장 정류장에서 기자가 탑승한 시내버스는 장학리 종점까지 가는 동안 수차례 과속·급정거를 반복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이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급출발하는 경우가 많았고, 무리한 차선 변경도 있었다. 특히 좌석이 부족해 앉지 못한 노인들이 불안하게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짐을 든 한 승객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옆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

    매년 시내버스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된다. 지난해 7월에는 승객이 완전히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입문을 닫고 출발하면서 승객을 다치게 한 운전기사 A씨가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승객 19명을 태우고 달리던 시내버스가 급정거해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춘천 시내버스 사고는 2019년부터 3년간 94건이 발생했고, 부상자는 137명이다. 급정거·급출발을 포함한 버스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52건(55.3%)을 차지해 가장 큰 사고원인으로 나타났다. 기타 17건(18.1%), 안전거리 미확보 10건(1.6%), 신호위반 5건(5.3%) 등이 뒤를 이었다.

    동면 지내리에 거주하는 장덕주씨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해 기둥에 어깨를 강하게 부딪쳐 3주간 파스를 붙이고 다닌 적이 있었다”며 “운전기사가 짐을 들고 타는 사람과 노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리에 빨리 앉아 달라고 하거나, 그 잠깐을 못 기다려 출발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반면 버스 운전기사들은 정해진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안전속도 5030과 우회전 일시 정지 등 도로교통법규가 강화되면서 운전기사들은 운행시간에 압박받는 상황이다. 또한 주 52시간제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차 간격은 축소되고, 운행 횟수마저 늘어났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시도별·업종별 차량대수 및 종사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68명이던 강원지역 시내버스 운전기사 수는 2019년 949명, 2020년 838명, 2021년 782명, 2022년 789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는 “시속 60~70㎞로 달려도 배차 간격을 맞출까 말까 한데, 50㎞로 하향시키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그나마 단거리 노선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장거리 노선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휴식도 제대로 못 한 채 시간 맞추기 급급하다”고 했다. 이어 “배차 간격을 못 맞춰도 민원, 조금 빨리 운전해도 민원, 이런 모든 불만을 운전기사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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