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민족” 배달앱 노출 순서 변경에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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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의민족” 배달앱 노출 순서 변경에 불만 폭주

    배달의민족, 음식점 노출 기준 광고 위주
    ‘주문 많은 순’ 선택해도 광고 업체 우선
    정액제 8만8000원, 건당 수수료 6.8% 등
    광고 우선에 소비자 ‘혼란’, 음식점 ‘부담’

    • 입력 2022.11.03 00:02
    • 수정 2022.11.04 00:10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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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가게인 줄 알았는데 광고였습니다.”

    춘천에서 혼자 생활하는 대학생 김진환(26)씨는 평소 자주 배달 앱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한다. 그는 뚜렷한 단골 음식점이 없어 ‘주문 많은 순’, ‘가까운 순’ 등 카테고리를 설정했을 때 최상단에 표시되는 식당들을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얼마 전 분류에 상관없이 광고를 많이 한 업체들이 우선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광고 표시도 매우 작아 얼마 전에야 처음 발견했다”며 “주문 수가 많은 가게 상단에 뜨길래 맛집인 줄 알았는데 광고였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앱 화면 내 업체 리스트를 갈수록 ‘광고비를 많이 내는 순’으로 배치하도록 변경하면서 소비자와 업주들 양측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진짜 맛집 대신 광고에 열 올리는 업체에서 시키게 되고, 업주들은 광고비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등 광고 종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업체 리스트가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5일 광고 업체의 리스트가 최우선 노출되도록 노출 방식을 개편했다. 이전까지는 '기본순' 정렬에 한해서 ‘오픈리스트’ 가입 업체를 상단에 노출시켰지만 지난달 25일부터는 ‘주문 많은 순’, ‘가까운 순’ 등 어떤 필터를 선택해도 해당 기준으로 광고 업체가 전면 노출된다. 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는 아무리 접근성이나 고객들 평이 좋아도 상위에 노출될 수 없게 된 것. 오픈리스트는 주문 한 건당 배달료와 고객 할인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매출액의 6.8%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상품이다.

     

    배달의민족 앱.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광고 구매 음식점들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배달의민족 앱.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광고 구매 음식점들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 5월엔 클릭당 과금 광고인 ‘우리가게클릭’을 출시했다. 가입 업체를 앱 메인이나 검색 홈 등에 노출시키는 상품이며 오픈리스트 가입 업체만 추가로 가입해 오픈리스트 목록에 함께 노출할 수 있다. 클릭당 수수료가 나가는 형식이라 소비자가 구경만 하고 구매는 하지 않아도 업체는 200~6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중복 클릭 등 비정상적인 클릭이 발생해도 횟수만큼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배민 측은  ID 당 1회 클릭만 유효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쟁 업체들과 승부하려면 ‘울트라콜’ 상품까지 가입해야 한다. 이는 원하는 지역에 사는 소비자가 어느 필터를 선택해 음식점을 정렬했을 때도 해당 필터에 속하는 광고 가입 업체의 음식점이 노출되도록 하는 상품이다. ‘깃발’이라고 불리는 울트라콜을 구매해 업주가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은 깃발 1개당 8만8000원(30일)이다. 

    사실상 소비자들이 보는 모든 화면의 상단에는 맛집이 아니라 광고업체의 리스트가 뜨는 셈이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앱 메인, 음식점 목록 상단에 광고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씨는 “그런 광고 시스템이 있다는 공지를 들은 것도 아닌데 작은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긴 어렵지 않나”라며 “당연히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의 가게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게클릭'의 경우 광고를 알리는 문구(물음표 표시)를 추가로 눌러야지만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퇴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28)씨는 “시간이 급해 가까운 거리인 줄 알고 주문했지만 결제하고 보니 정반대 지역이었다”며 “처음부터 원하는 대로 가까운 거리의 식당 명단에서 고르게 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배달 광고'를 누르자 '오픈리스트'와 '우리동네클릭' 광고 구매 가게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배달의민족 앱에서 '배달 광고'를 누르자 '오픈리스트'와 '우리동네클릭' 광고 구매 가게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배달 앱이 광고를 우선시하며 이미 배달대행비, 리뷰이벤트 등으로 추가 지출이 커진 지역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춘천 효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성모씨는 “음식의 맛보다 광고가 중요해졌다”며 “울트라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했는데 오픈리스트, 우리가게클릭 같은 다른 상품들까지 챙기려면 광고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위주 노출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달의민족 측은 오히려 “자영업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다양한 정렬 필터와 상품으로 음식점이나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데스크 한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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