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만 쓰라고?” ‘빨대 규제’에 시민들 뿔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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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만 쓰라고?” ‘빨대 규제’에 시민들 뿔난 이유는

    다음 달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종이 빨대, 플라스틱 빨대보다 3배 이상 비싸
    “플라스틱 금지는 세계적 흐름“ vs. “실효성 의문”

    • 입력 2022.10.13 00:00
    • 수정 2022.10.14 00:03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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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춘천 동면의 한 카페. 음료 구매 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12일 춘천 동면의 한 카페. 음료 구매 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다음 달부터 춘천의 모든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플라스틱 대신 사용하는 종이 빨대를 사용할 때 환경 파괴가 적다는 근거가 부족해 불편만 키우는 성급한 정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11월 24일부터 춘천을 포함한 전국 모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쌀·종이·대나무 등 다른 재질로 만든 친환경 빨대를 써야 한다. 대부분의 카페에선 스타벅스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종이 빨대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이크 아웃 등 매장 외에서 섭취하는 경우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작년 말 개정·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업소 규모와 위반의 경중에 따라 과태료는 5만~300만원까지 세분화된다. 당시 환경부는 종이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플라스틱보다 72.9% 적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환경 보호에 종이 빨대가 더 낫다는 환경부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 평가는 ‘원료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 발생하는 환경 부하에 대해서만 검증했을 뿐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 과정’에 대해서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종이 빨대 반대론자들은 실제로 종이 빨대를 쓰더라도 재활용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처럼 매립·소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한다. 현장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종이 빨대를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고 있다. 부피가 너무 작고 음료로 오염돼 사실상 재활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종이 빨대의 일부만 고물상, 폐지 압축상에 의해 재활용된다고 인정했다.

    종이 빨대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반면 소비자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불편이 크다. 후평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씨는 “현재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는데 플라스틱 빨대는 1개에 8원, 종이 빨대는 그보다 3배가량 비싼 28원”이라며 “가격 차이도 크고 종이 빨대는 시간이 지나면 녹아서 손님들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후평동에 사는 이모(25)씨는 “종이 빨대로 음료를 먹을 때마다 종이 녹은 맛이 나고 빨대도 눅눅해져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 자제만으로도 환경 보호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일회용품 대책 추진단 관계자는 “생태계에 유출됐을 때,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200년 이상이 소요되고 종이는 단 몇 개월이면 된다”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국제적인 흐름이고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줄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환경을 위해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배출 과정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검증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서충식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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