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시켜’ 쿠폰 없으면 '절대 안 시켜'···강원도 공공배달 앱, 민간 경쟁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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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시켜’ 쿠폰 없으면 '절대 안 시켜'···강원도 공공배달 앱, 민간 경쟁 무리

    가맹점·소비자층 확대 느리고 사용 편의 떨어져
    자체 수익 모델 미흡·지자체 예산 투입 필연 한계
    춘천 지역, 하루 평균 주문량 150여건 그쳐
    소비자, “쿠폰·상품권 혜택 없으면 사용 안 해”

    • 입력 2022.04.15 00:01
    • 수정 2022.04.17 00:16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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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공공배달 앱 '일단시켜'가 민간 배달 앱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강원도청)
    강원도 공공배달 앱 '일단시켜'가 민간 배달 앱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강원도청)

    강원도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배달 앱 ‘일단시켜’를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 배달 앱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원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RIG 브리프 ‘강원 공공 배달 앱-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성 문제와 네트워크 효과 부족, 지역사랑 상품권 의존 등으로 민간 배달 앱과의 전면적인 경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시켜’는 2020년 12월 시범 운영에 나선 후 지난 1월 도내 18개 시·군 전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맹점 수는 5200여곳으로, 누적 주문 건수는 23만9000여건이다. 가맹점과 소비자층 확대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자체 수익 모델이 미흡하고 운영을 위해 지자체의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연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MS투데이 취재 결과, 올해 ‘일단시켜’의 홍보 마케팅 비용은 11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배달 앱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한계다. 다양한 가격 전략을 펼치는 민간 배달 앱과 비교하면 소비자를 유인할 가격 전략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간 앱과 경쟁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사업 실적 부진에 따른 세금 낭비 위험이 존재한다”며 “자체 수익모델이 아니라서 소비자나 입점 업체를 유치할 동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시켜’ 춘천지역 서비스는 지난 1월 오픈해 1만993건의 주문(누적 매출 2억700만원)이 들어왔다. 오픈 초기 2만원 이상 주문할 경우 1만원 쿠폰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했음에도 하루 평균 주문량이 150여건에 그쳤다.

    최근에는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분위기다. 질 낮은 서비스와 등록 업체 부족 등 민간 배달 앱과 비교해 차별화된 장점이 없고, 공공배달 앱의 단점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말 회원 수는 8만1000명이다. 구글 앱스토어 이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3.0점 수준이다. 지난 1월 평점(2.3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실제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리뷰에 냉정한 평가하고 있다. 

    서비스 오류로 앱 사용이 어렵다는 불편과 함께 ‘기존 배달 앱보다 나은 점이 없고 일시적인 흉내 내기 같다’, ‘배달료가 더 비싼 곳도 있다’, ‘경기도 배달 앱 배달 특급 반만이라도 닮아봐라’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시켜' 이용자들이 메뉴 사진이 없어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판매 메뉴와 관계 없이 비빔밥 사진이 대표로 설정돼 있다. (사진출처='일단시켜' 캡처)
    '일단시켜' 이용자들이 메뉴 사진이 없어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판매 메뉴와 관계 없이 비빔밥 사진이 대표로 설정돼 있다. (사진출처='일단시켜' 캡처)

    본지 확인 결과, 메뉴 사진이 없어 다른 브랜드 배달 앱에서 사진을 보고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견했다.

    실제로 앱을 확인해 보면 메뉴 사진뿐 아니라 매장 대표 사진조차 없는 경우가 다수다.

    닭갈비와 부대찌개, 백반 등 업종과 관계없이 기본 사진으로 추정되는 비빔밥 사진이 대표 이미지로 설정돼 있다. 기존 배달 앱들이 세부 메뉴까지 별도 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밖에 다른 배달 앱보다 배달료를 더 비싸게 받거나 공지된 배달료 이외에 추가 배달료를 받고 있다는 불편함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쿠폰이나 상품권을 통한 할인 혜택이 없으면,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입장이다.

    일단시켜의 주요 혜택 중 하나는 모바일 강원상품권과 시·군 지역화폐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할인 판매하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활용하면 5~10%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별도 쿠폰도 발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발행 쿠폰과 상품권 준비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 소비자를 유인할 가격 전략이 제한적인 만큼 소비자 사용혜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춘천 교동 주민 A씨는 처음 춘천 서비스가 오픈할 당시 쿠폰 사용을 위해 앱에 가입했지만, 지속해서 사용에 어려움을 느꼈다.

    A씨는 “민간 앱은 수수료가 많다고 해서 소상공인을 위해 ‘일단시켜’를 먼저 검색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입주업체가 적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쿠폰을 줄 때는 쿠폰이 아까워서 등록된 업체 가운데서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소진되면 큰 메리트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자주 먹던 곳에서 주문하고 싶은데 입점 되어 있지 않고 배달과 포장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는 등 사용자 편의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이용자는 리뷰에서 “쿠폰, 강원상품권 때문에 지금 활성화 되는 것 같지만 쿠폰 지급 안 하는 순간 이 앱은 그 기능을 다 할 것 같다”며 “쿠폰과 상품권이 없으면 이 앱으로 절대 안 시키니 명심하라"는 후기를 남겼다. 해당 사용자는 이어 "어떤 형태로든 고객과 업체 두 곳 다 이득이 되는 구조여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공공배달 앱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소비자·입점업체 유인전략의 다변화 △자립을 위한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 △공공의 배달 앱 시장 경쟁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양지원 강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였음에도 민간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공공 앱의 사례가 종종 있었던 만큼 잠재적 경쟁 시장 조성을 위한 공공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차별화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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