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그래미 어워드의 꿍꿍이,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병기의 연예쉼터] 그래미 어워드의 꿍꿍이,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

    • 입력 2022.04.06 00:00
    • 수정 2022.04.07 07:01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 ‘그래미 어워드’다. 셋 중에는 그래미 어워드가 가장 권위가 높다. 이 세 시상식을 석권하면 ‘그랜드 슬램’ 기록을 쓰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수상했지만 그래미에서는 아직 상을 받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첫 구경을 간 것은 제61회 시상식이 열린 2019년이었다. 이때는 시상자로 방문했다. 그 이듬해인 2020년에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싱글 ‘Dynamit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단독 퍼포머가 됐다. 하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지난 4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방탄소년단은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2년 연속 올랐지만 상의 주인은 도자 캣과 SZA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한국 시청자로서는 기분이 찜찜하다. 방탄소년단이 상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축제 주최자답지 못한 행동에 개운하지가 않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본시상식이 시작하기도 전인 사전 시상식에서 트로피의 주인이 발표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 부문 발표를 뒤로 쭉 가져가 ‘올해의 레코드’와 최고 영예인 피날레 ‘올해의 앨범’ 발표 직전에 배치했다.

    이유는 흥행 때문이었다. 그래미는 보수적이고 미국 중심적이며 한물갔다고 조롱도 당하고 있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이 많이 보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전 세계 ‘아미’들은 3시간 동안 TV 앞을 떠나지 못하고 방탄소년단의 수상이 불발된 올해 그래미 어워드를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그래미는 전 세계 최고의 팬덤을 거느린 방탄소년단의 팬들을 흥행 요소로 제대로 써먹은 셈이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은 본상이 아니다. 거의 마지막에 발표할 이유가 없다. ‘제너럴 필드’로 불리는 4대 본상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이다. 방탄소년단은 4대 본상 후보로는 아직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버터(Butter)’ 무대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임진모는 “경이롭다”고 했다. 영화 ‘007’ 속 첩보요원 느낌을 주는 검정색 슈트 차림의 일곱 신사들의 무대는 압도적이었다. 정국은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왔다. 상의를 벗어 춤추는 장면은 시그니처였다. 무대를 휩쓰는 장악력은 결국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무대가 끝나자 MC인 트래버 노아는 “아 유 키딩 미”라고 놀라워했다.

    4대 본상 중 신인상(베스트 뉴 아티스트)은 만 19세인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가 가져갔다. 로드리고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팝 보컬 앨범’까지 수상하며 총 3관왕을 차지했다. 2020년 그래미에서 신인상뿐 아니라 올해의 레코드상, 앨범상, 노래상을 휩쓸며 제너럴 필드를 석권했던 빌리 아일리시의 그때 나이는 만 18세였다.

    그래미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은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Jon Batiste)가 앨범 ‘WE ARE’로 수상했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올해 최다 노미네이션으로도 화제가 된 그는 가장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낸다는 소리를 들으며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5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상은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앤더슨 팩의 팩은 박씨라는 의미로 한국계 혼혈)이 결성해 ‘Leave the Door Open’을 부른 실크소닉팀이 수상해 올해 그래미의 진정한 승자가 됐다. 실크소닉이라는 프로젝트팀이 이렇게 강할지 몰랐다. 별로 높낮이가 없는 멜로디도 브루노 마스의 감미로운 목을 통과하면 그럴듯한 그루브가 생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죽음과 같은 정적을 음악으로 채워달라”고 호소했고, 이어 미국 팝스타 존 레전드가 피아노를 치며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턴 등과 함께 신곡 ‘프리’(Free)를 선보인 것도 올해 그래미가 전한 메시지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