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과 펀드 사이 ETF, 대중화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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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과 펀드 사이 ETF, 대중화 성큼

    내년께 자산 기준 100조 돌파··· 거래규모, 증권 앞질러 
    투자 아이디어만 있으면 ‘주린이’도 손쉽게 수익 가능

    • 입력 2022.03.29 00:00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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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21세기 최고의 금융상품’ ‘무결점 투자 자산’···.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두루 갖춘 ETF(상장지수펀드)에 쏟아지고 있는 찬사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ETF는 최근 2~3년간 무섭게 성장하면서 재테크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ETF를 6조94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 순매수 금액 5조9847억원보다 1조원이나 많다. ETF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70조원을 돌파한 국내 ETF 순자산 규모가 내년쯤에는 100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ETF가 한국 시장에 상륙한 것은 2002년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출범 첫해의 순자산 규모가 3444억원에 불과했다.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돋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부터다. 극심한 시장의 변동성으로 펀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자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펀드처럼 분산효과가 뛰어난 데다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보수도 저렴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는 ETF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폭락장을 뚫고 투자에 눈뜬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쓸어 담았다. 2021년 한 해에만 20조원 넘게 시장이 커졌다. 주식·채권 외 외환·금·원자재·농산물 등 그 종류도 다양성을 더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테마를 내세운 ETF가 쏟아지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 투자 대상으로 탈바꿈시켰다. ETF의 대중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ETF의 장점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소액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다. 주식은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ETF는 비싼 주식을 모은 후 잘게 쪼개기 때문에 소액으로도 매수가 가능하다.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펀드는 매수·매도 시 여러 날이 소요된다. 해외펀드의 경우 1주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ETF는 주식처럼 거래가 되므로 실시간 가격이 변하고 원하는 가격에 언제든지 주문이 가능하다. 내가 투자한 상품을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짧아 환금성이 높다. 

    해외 주식을 매매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주식을 사려면 환전 예약, 매수주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직구할 수 있지만 ETF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주식이면 주식, 금이면 금 원하는 상품을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 게다가 증권사 홈페이지에 ETF에 어떤 기업의 주식이 담겨 있는지 매일 공시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투명하게 볼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모르는 주식에 투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래의 안정감을 준다.

    그럼 ETF는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 이 역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평범한 진리가 통용된다. 특히 투자 초보자라면 지금처럼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른바 '줍줍'전략을 취하면 개별 주식에 비해 위험은 줄이면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도 높게 가져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차이인 괴리율을 이용하는 것이다. 순자산가치는 이론상 가치에 해당하는데 일반 펀드의 기준가격과 비슷한 개념이다. ETF 순자산가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크면 해당 ETF는 저평가, 반대면 고평가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가급적이면 ETF의 순자산가치가 기초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추적오차와 ETF의 시장가치와 순자산가치 차이인 괴리율이 적은 상품을 고르는 게 낫다. 

    그러나 거래량이 너무 적은 ETF는 피해야 한다. ETF는 6개월간 순자산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되기 때문이다.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회복할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셈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ETF는 안정적인 대신 수익률이 낮다.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좋은 금융상품이란 이 세상에 없다. 예를 들어 KODEX 200을 10년 동안 보유했다면 2배 정도의 수익률을 보였는데, 셀트리온 15배 등 개별 종목은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ETF를 장기 보유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낮은 수익률은 주식의 배당금에 해당하는 분배금을 재투자해 장기 보유함으로써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ETF의 등장으로 펀드매니저처럼 전문가가 아니어도 투자 아이디어만 있으면 ‘주린이’도 매매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직접 종목을 발굴하고 분석해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에 맞는 ETF상품을 고르고, 국내에 없으면 해외에서 찾아 투자할 수 있다. 2차전지, 글로벌 플랫폼 등 시류에 따르는 테마형 ETF 투자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 부자를 꿈꾸는 월급쟁이가 많다.

    워런 버핏은 지난 2020년 주총장에서 “미국의 힘을 믿고 수십년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미국 증시 자체에 투자하는 ETF를 추천한다. 미국 증시 ETF에 투자하고 수십년 그 투자를 유지한다면 국채, 혹은 다른 사람들이 투자하라고 하는 그 어떤 금융상품보다도 좋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죽거든 미국 S&P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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