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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미술 3대 거장 권진규 조각가 놓친 춘천, "문화도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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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대미술 3대 거장 권진규 조각가 놓친 춘천, "문화도시 맞나?"

    춘천 연고 권진규 조각가 내달 탄생 100주년
    서울·광주서 관련 행사 열리지만 춘천은 전무
    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 기념 공간 마련 무산
    "지역 콘텐츠·문화도시 전국 각인 기회 놓쳐"

    • 입력 2022.03.20 00:02
    • 수정 2022.03.22 00:06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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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 권진규 조각가의 모습. (사진제공=권진규기념사업회)
    생전 권진규 조각가의 모습. (사진제공=권진규기념사업회)

    춘천 출신 예술가인 권진규 조각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기념전, 음악회 등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지만, 춘천에서는 관련 사업이 전무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진규(1922~1973) 조각가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 거장으로 꼽힌다.

    그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1943년 춘천공립중학교(현 춘천중·고)를 졸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족 측은 권진규 조각가 작품의 유산화를 위한 장소로 춘천을 최우선 지역으로 삼았다. 권 조각가의 남한 고향으로 춘천이 유일했고 모교에 대한 그의 애착도 컸기 때문이다. 

    올해는 권진규 조각가 탄생 100주년(4월 10일)을 맞는 해로 이달부터 이를 기념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권진규 유족 등으로부터 컬렉션을 기증받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24일부터 서소문 본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를 개최한다. 권진규 생애 전반의 작품 세계를 그의 불교적 세계관에 따라 보여주는 자리다. 조각과 드로잉, 유화와 아카이브 등 24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오는 7월 순회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권진규 조각가가 작업했던 서울 권진규 아틀리에의 현재 모습. (사진제공=허준율 작가)
    권진규 조각가가 작업했던 서울 권진규 아틀리에의 현재 모습. (사진제공=허준율 작가)

    권진규 조각가가 작품 활동을 했던 권진규 아틀리에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오는 26일부터 서울 성북구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권진규-영원을 빚은 손’을 개최한다. 행사 기간 권진규 아틀리에를 특별 개방하고 과거 모습을 재현한 전시와 영상 상영이 진행된다.

    권진규 조각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돌아볼 강연, 탄생 100주년과 작고 49주기를 기념하는 음악회도 각각 열린다. 연계행사로 최순우 옛집에서는 허준율 작가가 권진규 아틀리에를 촬영한 사진전이 마련된다.

    내달 1일 문을 여는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중랑망우공간에서도 권진규 조각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곳은 권진규 조각가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자소상’ 사후 복제품이 중랑망우공간 1층 로비에 상설 전시된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권진규기념사업회 측에서 기증했다. 

    반면 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 이야기까지 나왔던 춘천에서는 관련 사업이 전혀 없다.

    권진규 조각가를 기념할 공간이나 선양 사업을 진행할 매개체도 없다. 약사동에 있는 옛 하숙집에는 간단한 안내판만 부착돼 있으며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MS투데이가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 권진규기념사업회 측에 문의한 결과, 춘천에서는 100주년과 연관된 행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념사업회 측이 미술관 설립이 무산 이후에도 작품 기증, 임대, 출품 등에 대해 협조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던 만큼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춘천시가 정작 지역 대표 콘텐츠를 선점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 사례와도 비교된다.

    창원시는 문신 조각가가 유년시절 머물렀던 것을 지역 문화관광에 활용하기 위해 창원문화재단과 함께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을 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권진규 조각가의 생전 작업 모습. (사진제공=권진규기념사업회)
    권진규 조각가의 생전 작업 모습. (사진제공=권진규기념사업회)

    권진규가 남긴 미술 유산 활용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지난 2019년 이재수 춘천시장이 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 의지를 밝혔지만, 강원도 투자심사 재검토 판정으로 무산됐다. 이후 유족이 권진규 상설전시장 개관 의지를 보인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자 뒤늦게 시는 유족 측과 작품 기증, 전용 공간 마련 등을 논의했지만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다.

    지역 예술계에서도 권진규 조각가를 문화도시 춘천의 대표 아이콘으로 삼고 이를 공적 자산화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진전은 없었다. 최근에는 춘천 예술촌 부지에 춘천시립미술관을 건립하고 지역 작가 특별전시관을 마련, 권진규 조각가를 비롯한 지역 저명작가를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유족과 협의가 이뤄진 부분은 아니었고 지역 미술인들의 반대로 건립이 재검토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춘천시립 권진규미술관 건립추진을 위한 문화예술인 간담회를 열고 권 조각가의 지역 자산화 논의를 이끌었던 김수학 조각가는 춘천의 문화예술의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김 조각가는 “앞으로도 권진규만큼 지역 문화예술을 대표할 사람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권진규 조각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술관 건립이나 행사가 있었다면 문화도시 춘천의 이미지를 전국에 각인시킬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논의가 수차례 무산되면서 권진규 조각가의 춘천 선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진규기념사업회는 조만간 춘천 분사무소를 철수할 예정이다.

    지역의 한 원로작가는 “지자체가 전문성이 없었으면 적극적으로라도 나섰어야 했는데 부끄러울 뿐”이라며 “대한민국 작가로서 오히려 다른 지역의 심도 있는 문화 행정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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