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춘천 90대 노인부터 18세까지 투표장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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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통령선거] 춘천 90대 노인부터 18세까지 투표장 달궜다

    91세 시니어 “생애 마지막 투표란 각오로 한 표 행사”
    18세 고교생 “나의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 긴장돼”
    공휴일 출근하는 직장인들, 시간 쪼개서 투표소 방문

    • 입력 2022.03.09 14:20
    • 수정 2022.03.14 10:43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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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본투표가 9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46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강원도내 20대 대선 투표소는 670곳, 개표소는 18곳이다. 이 중 춘천 관내 투표소는 85곳, 개표소는 1곳이다.

    춘천지역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등 확진자 폭증 속에서 진행된 선거인 만큼 온라인상에서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투표소 상황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시민들은 SNS와 지역 카페 등을 통해 투표소별 대기 현황을 공유하며, 밀폐공간의 장시간 체류를 막기 위한 방문 계획도 조율했다.

    또 공동 격리자나 자가진단키트 양성 유권자 투표 시간과 애견동반 가능 여부 등의 정보를 서로 질문하고, 현장 혼선을 막기 위한 유권자들의 자체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각 투표소에서는 마스크를 내려 신원확인을 하는 절차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다.

    MS투데이는 본투표 당일인 9일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나선 춘천시민들을 각 투표소에서 만났다.

    ▶60년 지기 80대 시니어··· 90대 고령층도 주권 행사

     

    9일 근화동제2투표소를 찾은 60년 지기인 한국희(79·왼쪽부터)·김국성(80)·송화자(80)씨. (사진=이정욱 기자)
    9일 근화동제2투표소를 찾은 60년 지기인 한국희(79·왼쪽부터)·김국성(80)·송화자(80)씨. (사진=이정욱 기자)

    9일 춘천 근화동제2투표소(근화초교)를 찾은 60년 지기 80대 시니어들이 화제다.

    주인공은 춘천 서면 금산리 출신으로 현재 근화동에 거주하는 한국희(79)·김국성(80)·송화자(80)씨다. 이들은 “60년 지기 친구들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함께 모여 투표를 하게 돼 기쁘다”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60년 지기들과 대한민국이 화합하길 바라며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며 웃었다.

    이른 시간인 만큼 투표 대기자들 대다수는 고령층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은 노부부 김관용(91)·조순옥(87)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김씨는 “일찍 일어나 와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 3시부터 잠을 설쳤다”며 “마지막 투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춘천 퇴계동제1투표소에서 노부부 김관용(91)·조순옥(87)씨가 9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퇴계동제1투표소에서 노부부 김관용(91)·조순옥(87)씨가 9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사진=조아서 기자)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 송모(91)씨와 정모(89)씨도 보호자와 함께 힘든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았다. 이들의 보호자는 “소중한 권리를 당연히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나왔다”며 노부부와 투표소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대한적십자사에 마련된 소양동제2투표소 앞에서 만난 부부 박종식(84)씨와 정옥연(81)씨는 자신들이 가장 일찍 온 유권자가 아니란 사실에 적잖이 실망한 기색이었다. 박씨는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본투표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른 시간에 사람이 몰려 놀랐다”며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온 만큼 우리나라의 미래에 이로운 선거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정씨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늙은 사람일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며 “선배 세대는 후배 세대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줄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투표에 나선 18세 고교생과 20세 청년

     

    9일 강원사대부고 3학년 강동언(18) 학생이 후평3동제4투표소에서 첫 투표에 참여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9일 강원사대부고 3학년 강동언(18) 학생이 후평3동제4투표소에서 첫 투표에 참여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제20대 대선을 통해 투표권을 처음으로 행사한 고등학생도 대한민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후평3동제4투표소(호반초교)를 찾은 강원사대부고 3학년 강동언(18) 학생은 “이번에 새로 주민등록증을 받은 후 첫 투표인 만큼 대통령을 제대로 뽑으려고 고심했으며, 젊은 세대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또 “나의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긴장됐고, 생애 첫 투표인 만큼 투표를 인증하는 셀카도 찍었다”며 “투표소에 처음 들어가 신기했고, 새로운 대통령이 대학교나 일자리를 위한 정책에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생의 첫 투표를 한 정한솔(20)씨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투표소에 왔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다”며 “대통령을 뽑는다 생각하니 떨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중한 한 표 행사하고 일터로 ‘고고’

     

    9일 석사동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퀵서비스 기사 길지환씨. (사진=이정욱 기자)
    9일 석사동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퀵서비스 기사 길지환씨. (사진=이정욱 기자)

    대선 본투표 당일 출근을 위해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은 시민도 있었다.

    석사동제2투표소에서 만난 퀵서비스 기사 길지환(30)씨는 “퀵서비스 직업상 근무시간을 쪼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를 꼭 해야겠다는 집념으로 투표소를 방문했다”며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희망했다.

    직장인 최모(44)씨는 근화동제2투표소 앞에서 “회사는 휴무인데 당직근무가 있어 출근 전에 투표소부터 왔다”며 “딱히 마음 가는 후보는 없지만, 그래도 투표율 상승에 기여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법정 공휴일임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유모(49)씨는 “시민의 한 명으로서 대한민국의 최고의 대통령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투표하기 위해 나왔다”며 “다른 분들도 올바른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투표하러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각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유권자들

    퇴계동제1투표소 첫 투표자인 김옥예(82)씨는 “오늘 제일 처음 투표하기 위해 5시 50분까지 투표소에 도착했다”며 “한 표를 행사해 힘을 보탠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강남동제2투표소에서 첫 번째로 투표를 마친 김모(43)씨는 “이렇게 일찍 나와 투표를 한 이유가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라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대통령은 세상의 이치대로 정치를 잘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부 투표 독려

     

    9일 오전 소양동제2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부. (사진=박수현 기자)
    9일 오전 소양동제2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부. (사진=박수현 기자)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부는 오전 9시쯤 소양동제2투표소를 찾았다. 최 지사는 “강원도민, 춘천시민 여러분께서 투표권을 잘 행사해서 새로운 대통령을 잘 뽑아줬으면 한다”며 “(뽑고 싶은 후보가 없어도) 투표율을 생각해서 많이들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선거참관인과 시민들에게 “투표들은 하셨냐”며 인사를 건넸다.

    ▶투표소 잘못 찾아가 발길 돌린 유권자도 있어

    이날 석사동제2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헛걸음한 시민들도 있었다. 투표소 위치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20분 넘게 줄을 섰지만, 투표소에 입장하기 직전 선거 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투표소로 황급하게 자리를 옮겼다.

    ▶영하의 추위에도 주권 행사한 유권자들이 희망

     

    9일 오전 퇴계동제1투표소를 찾은 춘천시민들이 영하 3도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9일 오전 퇴계동제1투표소를 찾은 춘천시민들이 영하 3도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영하 3도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지정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목도리와 장갑, 핫팩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는 본투표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투표소를 방문한 유권자들은 체온 측정과 손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이후 본인 확인과 서명 후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향했다. 사뭇 긴장된 분위기에도 절차와 안내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됐다.

     

    9일 오전 6시 소양동제2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나선 춘천시민들. (사진=박수현 기자)
    9일 오전 6시 소양동제2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나선 춘천시민들. (사진=박수현 기자)

    대한적십자사에 마련된 소양동제2투표소에는 이날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 20여명의 줄이 건물 밖 인도까지 이어졌다. 근화동제2투표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오전 6시 전부터 퇴계동제1투표소 앞은 유권자들로 붐볐다.

    편안한 복장에 슬리퍼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두 딸과 강남동제5투표소를 찾은 김모(42)씨 부부는 “날도 추운데 집에서 멀리 가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고 좋다”며 “아이들에게 투표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이른 아침이지만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진도 이날 오전 6시 10분부터 석사동제2투표소에서 직접 줄을 서보니,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투표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시민들이 계속 줄지어 들어오면서 줄 뒤쪽에서는 “벌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왔냐”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한편 본투표가 시작된 이날 여야 강원도 정치권은 투·개표소에 참관인을 배치해 부정선거 감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도내 투표소 670곳에 1322명, 개표소 18곳에 108명의 참관인을 배치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도 투표소에 1340명, 개표소에 180명을 참관인으로 투입했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관리 부실 문제로 홍역을 치른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본투표는 선거 당일인 이날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또 이들은 사전투표 당시 이용했던 임시 기표소가 아닌 일반 기표소에서 투표한다.

    [박수현·배상철·한승미·박지영·이정욱·조아서·정원일·허찬영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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