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훔치는 얌체 시민 ‘눈총’, ”경찰서 앞에서도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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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훔치는 얌체 시민 ‘눈총’, ”경찰서 앞에서도 가져가“

    삽으로 뿌리째 뽑아가는 얌체족 목격
    세금 들인 화단, 시민과 관광객 볼거리

    • 입력 2021.06.14 00:01
    • 수정 2021.06.16 06:31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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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춘천시 우두동 소양강 강변 산책로 화단의 꽃들 사이로 움푹 파여있는 공간이 보인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11일 춘천시 우두동 소양강 강변 산책로 화단의 꽃들 사이로 움푹 파여있는 공간이 보인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꽃 도시 춘천이 꽃 뽑아가는 ‘얌체족’들로 신음하고 있다.

    춘천시 우두동 소양강 강변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화단은 빼곡하게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계절꽃들로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대표적인 산책코스 중 한 곳이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면 화단 곳곳이 움푹 파여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방문객들이 꽃을 뿌리째 뽑아가면서 꽃이 있어야 할 자리는 흔적만 남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춘천 곳곳의 공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만개한 꽃으로 가득 차야 할 화단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봄의 도시 춘천을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관객이 경쟁적으로 꽃을 꺽어 사진 소품으로 사용한 결과다.  이 같은 이유로 화단 주변은 꺽여진 꽃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 어려워…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올 초 춘천시는 꽃으로 가득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시내 곳곳에 계절 꽃을 심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꽃을 뿌리째 뽑아가거나 훼손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춘천시 우두동 강변 산책로 인근에서 지인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던 박모(73‧여)씨는 기자에게 “통행이 뜸한 늦은 밤이면 소형삽을 들고 와서 꽃을 뿌리째 뽑아 가방에 담아가는 사람도 봤다고 딸에게 들었다”며 “집에 가져가서 심으려는 것 같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69‧여)씨는 “과거엔 길거리에 피어있던 꽃을 뽑기도 하고 뜯어서 장난감 삼아 놀기도 했다”며 “이런 경험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꽃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대로 두고 모든 시민들이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꽃을 절도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춘천시 관계자는 “심어둔 꽃도 시의 재산이기 때문에 뽑아가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경찰서 앞에 심어 놓은 꽃을 뽑아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인 만큼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단에 심어진 꽃들 사이로 움푹 파여있는 공간이 보인다. 이는 꽃이 심어져 있던 자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화단에 심어진 꽃들 사이로 움푹 파여있는 공간이 보인다. 이는 꽃이 심어져 있던 자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이어 “춘천시내 곳곳에 꽃을 식재해 하나하나 단속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나가서 확인하기도 하고, 간혹 현장에서 적발되면 계도조치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춘천시는 정원도시 조성 사업 목적으로 예산 25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계절 꽃 200만 포기를 심어 도심 경관을 개선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에게 힐링의 장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외곽 지역과 관광 명소 등에는 다년생 식물 300만 포기를 추가로 심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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