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귀환” 김유정문학촌에 날아든 문학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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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귀환” 김유정문학촌에 날아든 문학혼
  •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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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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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촌 내 낭만누리 기획전시실에서 지난 29일부터 특별전시 '거장들의 귀환'이 열리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김유정문학촌 내 낭만누리 기획전시실에서 지난 29일부터 특별전시 '거장들의 귀환'이 열리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김유정문학촌은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거장들의 친필 원고와 서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 등 희귀자료를 모아놓은 특별전시를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지난 29일부터 ‘거장들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특별전시회는 故 박민일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기증한 192종 500여점의 소중한 자료들 중에서도 문학·예술·종교·사상·사회·정치 분야 거장들의 친필 원고와 서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에세이 ‘봄의 이변’ 육필원고는 대중교양지 ‘샘터’에 ‘법정칼럼’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다. 특히 ‘가득 차 있는 것보다 텅 빈 데서 존재의 알맹이를 보게 된다’는 대목은 무소유 정신이 여실히 담겨있다.

근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화가 운보 김기창(1913~2001)이 박민일 교수에게 1983년 4월과 12월에 보낸 편지 두 통은 사적이지만 당시 춘천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가 남긴 편지를 통해 박민일 선생과의 깊은 친분을 짐작케 한다.

 

탄허스님이 고전문학자 강원대 최승순 교수에게 보낸 편지. (사진=신초롱 기자)
탄허스님이 고전문학자 강원대 최승순 교수에게 보낸 편지. (사진=신초롱 기자)

악필로 잘 알려진 소설가 최인호(1945~2013)의 육필원고도 확인할 수 있다. 워낙 해독하기 어려운 악필이어서 출판사에는 그의 원고만 전담해 해독하는 편집부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등신불’, ‘무녀도’, ‘사반의 십자가’ 등의 작품으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된 김동리(1913~1995)의 명필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1968년 5월 의암호변에 세워진 김유정문인비와 1978년 3월 실레마을 금병의숙 앞마당에 건립된 김유정기적비를 썼다.

‘소나기’로 잘 알려진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대표 단편 ‘나의 죽부인전’의 육필원고, 한국 현대소설사에 개성적인 문체와 문제의식을 가진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의 단단한 성품이 느껴지는 단편 ‘흰철쭉’ 육필원고는 일본식 원고지 쓰기의 전형인 세로쓰기가 가로쓰기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 문학사에서 유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린 작가”,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 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박완서(1931~2011)의 육필원고와 ‘고향의 봄’ 작사가이자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한 백일장에서 초등부와 중고등부 시와 산문, 시조 부문 심사 후 총평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글제에 대한 심사위원으로서의 생각과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의 글솜씨, 글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녹여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돼 있다.

논문을 청하는 시인 조태일(1941~1999)의 우편엽서, 춘천 출신 정치가 한승수(1936~)가 박민일 교수에게 보낸 항공엽서 등도 있다.

 

저항시인 조태일이 박민일 교수의 '아리랑' 관련 학위논문을 청하는 친필 우편엽서. (사진=신초롱 기자)

이외에도 ‘오감도’, ‘거울’, ‘날개’ 등 초현실적인 시와 감각적이며 퇴폐미 가득한 문장의 소설을 쓰던 이상(1910~1937)의 20대 초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헝클어진 머리,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을 기른 모습이 아니라 깔끔하게 차려입은 전형적인 회사원의 모습이어서 의외의 느낌을 준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의외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를 대표하는 그는 동양의 회고적 전통에 바탕을 둔 시로 유명하지만 당대의 불의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는 진보적 지식인의 모습을 ‘지조론’을 통해 보여줬다. 전시된 사진 속 그는 허리띠를 풀어헤친 채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특별기획전 준비에는 문학촌 상주작가인 하창수 소설가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방대한 자료들에 얽힌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토크콘서트를 통해 쉬운 이해를 돕는다.

한편 김유정문학촌에서 기획한 특별전시회는 ‘거장들의 귀환’에 이어 ‘소설가, 악필에서 달필까지’, ‘시인의 고뇌, 시의 향기’, ‘셀럽, 편지를 쓰다’ 등 주제를 바꿔가며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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