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 화천산천어축제 비판...지역주민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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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장관 화천산천어축제 비판...지역주민 반발 확산

    • 입력 2020.02.10 00:00
    • 수정 2020.02.11 07:26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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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일원에서 열린 '2020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일원에서 열린 '2020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환경부 장관님은 풀만 뜯어 먹고 사나요? 그럼 이슬만 받아드시고 만수무강하세요."

    이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화천 산천어축제에 대해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천군 한 주민의 작심발언이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과연 이런 축제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얘기를 해당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원주청장에게도 했다"면서 "먹고사는 것이 막연한 상황에서 산천어 축제까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를 (원주청장이)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체의 죽임을 보며 즐기는 축제에 대해 환경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환경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당 벌언에 대한 지역민들과 주요 인사들의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축제에 참견할 거면 생계를 책임지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 살고 동물 살리는 거 아니냐. 산천어 축제는 화천군의 1년 치 수입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안 없는 발언에 책임을 져라" 등 조 장관의 주장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이외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천군과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를 지낸 소설가 이외수 역시 "축제장에 가보지도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천군은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로 산천어축제를 통해 약 1300억원 정도 수익을 올린다. 화천의 강물이 1급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축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종 흉기로 난도질을 당한 화천 군민들의 알몸에 환경부 장관님께서 친히 왕소금을 뿌리시는 듯한 발언"이라며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진태(춘천·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산천어가 불쌍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나도 펄떡이는 산천어 보면 불쌍하다. 물고기 배 절대 못 가른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생계가 달린 문제를 그렇게 모질게 말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지 않아도 예년보다 얼음이 얼지 않아 울상을 하고 있는데 재를 뿌려도 유분수"라며 "문제가 되니 사견(私見)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관광이나 다닐 일이지 오지랖 넓은 소리 하지 말길 바란다. 즉각 화천군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7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조 장관 발언 이후) 화천 지역사회가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다"며 "즉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상 기온에 많은 양의 비까지 내리면서 얼음이 녹아 축제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결국, 지난달 27일 개막했지만, 메인프로그램인 얼음 낚시터는 대부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말의 경우 관광객이 예년보다 많게는 70% 이상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물권단체들이 몇 년 전부터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 프로그램의 도구로 쓰는 산천어축제가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금지' 등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9일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해 축제를 둘러싼 갈등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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