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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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이지만 괜찮아

    [낭만여행기] 2등이지만 괜찮아(스코틀랜드 에든버러)

    • 입력 2024.04.27 00:00
    • 수정 2024.05.03 22:40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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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처음 해외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수도나 최대 도시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여행에 정답은 없는 법이죠. 가끔은 중심 도시가 아닌 주변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색다른 문화와 매력을 느끼기도 합니다. 오늘 떠나볼 도시는 영국의 2등 도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입니다. 런던에서 출발한 기차는 다섯 시간 후에 에든버러역에 도착했습니다. 눈앞에는 파란 하늘과 파란색 이층 버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파란색 국기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가 보입니다. 런던에서 빨간 이층 버스만 보다가 파란색 이층 버스를 보니까 비로소 스코틀랜드에 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런던에서 빨간 이층 버스만 보다가 파란색 이층 버스를 보니까 비로소 스코틀랜드에 온 것이 실감난다. 사진=강이석
    런던에서 빨간 이층 버스만 보다가 파란색 이층 버스를 보니까 비로소 스코틀랜드에 온 것이 실감난다. 사진=강이석

    에든버러는 인구 48만으로 스코틀랜드의 중심지입니다.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아 설립된 스코틀랜드 자치 의회와 오랜 기간 잉글랜드로부터의 침략을 막아낸 에든버러 성이 있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에덤 스미스가 활동한 곳이면서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영감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폴리스처럼 언덕 위에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에든버러는 ‘북방의 아테네 (Athens of the North)’로 불렸습니다.

    에든버러 거리에서 들리는 영어는 런던의 영어와는 다른 강렬한 악센트가 인상적입니다. 같은 영어를 쓰고 있지만, 스코틀랜드의 언어에서도 그들의 정체성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국력이 훨씬 강한 잉글랜드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아왔습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전쟁 영웅 월레스는 자유를 외치며 잉글랜드의 침략을 힘겹게 막아냈지만 결국 1706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합병되고 맙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인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습니다. 1999년 의회가 설립되어 자치권을 인정받았고, 2014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하자는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에든버러는 주요 건축물들과 관광지 대부분이 구시가에 몰려있어서 걸어서 여행하기 좋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에든버러 구시가는 에든버러 성을 둘러싸고 있는 로얄마일로 상징됩니다. 로얄마일은 에든버러성 서쪽 캐슬락에서부터 동쪽 홀리루드성으로 이어지는 1.8km의 돌길을 말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로얄마일은 귀족들만 통행할 수 있던 거리였다고 합니다. 로얄마일을 걸어 에든버러의 상징 에든버러 성으로 향했습니다. 캐슬 록이라는 바위산 위에 세워진 에든버러 성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중 하나입니다. 스코틀랜드 왕국 시절 왕족들이 거주하던 곳이지만 적들의 침입을 막는 요새의 기능이 중시되다 보니 화려함보다는 튼튼함을 더 강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에든버러에서는 매년 8월 세계적인 축제가 열립니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되지 못한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오히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로 거듭났습니다.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에는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에든버러에 그보다 몇 배나 많은 인파가 몰립니다.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대에 초청조차 받지 못해서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던 2등 공연팀들이 결국 세계 최고의 축제를 만든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강점을 발전시킨다면 반드시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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