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육동한 시장의 모교 사랑⋯시민 혈세로 광고비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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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육동한 시장의 모교 사랑⋯시민 혈세로 광고비 쾌척

    춘천시, 육 시장 취임 후 한양대에 수차례 광고
    한양대 제외 다른 대학 매체 광고 집행 내역 無
    육 시장, 한양대 경제학과 및 춘천동문회장 출신
    춘천시 ″시장 학연 관계 없는 시 홍보 목적 광고″
    지역 정계 ″시장 개인 광고에 시민 혈세 쓴 꼴″

    • 입력 2023.11.30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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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열린 제21회 춘천시민의날 행사에서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시를 바르고 투명한, 원칙이 바로 서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시가 육 시장의 출신 학교와 모임 등에 여러 차례 돈을 주고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고비를 통한 육 시장의 모교 사랑 실태를 추적한다. <편집자 주>

    올해 3월 발간된 한양대 교지 ‘한양’의 맨 뒷장을 본 한양대 재학생 A(23)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면 하단 절반을 차지하는 춘천시 광고가 어색하게 느껴져서다. 이 광고에는 ‘호반의 힐링 공감 여행, 춘천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면의 나머지 공간에는 졸업한 대학 동문 변호사 등이 각자 자신의 사무소와 사업체를 홍보하는 명함 형태의 광고들이 실려 있다. A씨는 “교지 제작을 후원해 준 동문 선배들이 광고하는 지면으로만 알았다”며 “한양대와 춘천시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지난 7월 육동한 시장 취임 이후 육 시장의 모교인 한양대 교지와 동문회보 등에 3차례에 걸쳐 유료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시는 이 기간 한양대 외에 어느 대학 관련 매체에도 광고를 낸 적이 없다. 춘천이나 강원도 매체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만 배포되는 매체에 광고비를 집행한 사례도 극히 이례적이다.

    육동한 시장은 한양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강원연구원장 재임 당시인 2018~2019년 재춘천 한양대 동문회장을 지냈다. 시장 취임 후에도 한양대 춘천동문회 만찬 자리에 참석할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천시는 “육동한 시장이 한양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광고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의원은 “육 시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육동한 시장 취임 후 그의 모교인 한양대 측에 수차례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가 육동한 시장 취임 후 그의 모교인 한양대 측에 수차례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육 시장 취임 직후, 한양대 동문회보에 춘천시 광고

    춘천시가 한양대에 광고를 처음으로 게재한 시기는 지난해 7월 15일. 시는 육동한 시장 취임 2주 만에 한양대 동문회보에 광고비 220만원을 줬다. 소양강 처녀상을 배경으로 폭죽이 터지는 모습과 춘천시 홍보 문구가 적힌 광고였다. 같은 광고가 올해 11월에도 또 한 번 실렸다.

    한양대 동문회보는 한양대 출신 동문회원을 대상으로 24면, 5만 부씩 발간하는 월간지다. 본지 취재 결과 한양대 동문회가 광고대행사를 통해 두 차례 시에 광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총동문회 관계자는 “동문회보에 실리는 광고는 주로 동문이 속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체 등에 요청하는 게 수월하다”면서도 “동문과 관련 없는 곳에서도 광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이 광고들이 육 시장의 학연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춘천시 소통담당관은 “한양대 대학 출신 재경계 인사들이 많아 정부 및 정재계 인사 등에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집행한 것일 뿐, 시장이 그 대학 출신인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 광고 업계에서는 춘천시가 지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양대 동문회보에 광고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다. 광고 업계 종사자 B씨는 “지자체 언론 광고는 지역 내 언론매체에 지자체 행사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서울 지역에 시 이미지 홍보 광고를 한다면 수도권 지하철의 관련 노선, 버스 등에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학 동문회에 광고한다면 지역 내 대학인 강원대나 한림대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본지가 지난해 7월 이후 춘천시의 광고비 지출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봐도 춘천시의 한양대 광고는 이례적이다. 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11월까지 36억2690만원의 광고비를 사용했다. 광고 건수의 약 80%는 언론사였으며 대부분 지역 매체 광고였고, 지역 외 매체 광고는 전국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체였다. 나머지 20%는 용산역, 인천공항, 청량리역 등 옥외광고나 SNS 광고였다.

    ▶한양대 교지에 5년간 지자체 광고는 춘천시뿐

    특히 한양대 재학생들이 보는 교지에까지 춘천시 광고가 실리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본지가 한양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난 5년간(2019~2023년)의 교지를 확인한 결과, 지자체 광고는 춘천시가 유일했다. 한양대 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가 위치한 서울, 안산은 물론 그 어떤 지역의 광고도 찾을 수 없었다. 춘천시는 한양대 동문회보 광고에 대해서는 “재경계 인사들에게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니, 한양대 교지 광고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에게도 춘천의 이미지를 홍보해 관광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지난 3월 한양대 교지 ′한양′에 실린 춘천시 광고. 시는 이 광고를 위해 220만원을 사용했다. (사진=춘천시 제공)
    지난 3월 한양대 교지 ′한양′에 실린 춘천시 광고. 시는 이 광고를 위해 220만원을 사용했다. (사진=춘천시 제공)

    그러나 여러 정황상 육 시장이 춘천시민의 세금으로 한양대 동문들에게 선심 쓰듯, 혹은 개인 광고를 위해 광고비를 집행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육 시장은 지난 3월, 예산·재정 분야 전현직 공직자 모임인 ‘예우회’에 광고비 110만원을 집행했다. 육 시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이들과의 친목 모임에도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천시는 이 광고에 대해서 “경제부총리 등 국가 예산과 관련된 인사들이 포함된 단체로 시 차원에서 필요했던 광고”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한양대에 세 차례 걸쳐 집행된 광고비(660만원) 규모가 크지 않아 특별히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김 소통관은 “1000만원 넘는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 홍보에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시가 대학에 광고를 싣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점차 지역 대학에도 시책 등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정계에서는 이 같은 춘천시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배숙경 춘천시의회 기획행정부위원장은 “특정 대학에만 한정된 것도 문제인데 시장이 나온 학교라면 더 큰 문제”라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은 시장 개인 차원의 광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민섭 의원은 “한 대학에만 광고를 줬다는 점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며, 쌈짓돈도 아니고 시민 혈세를 그런 식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집행 과정에서 법적, 행정적 문제가 없었다 해도 정치, 행정가들이 자신의 소속 집단을 챙겨주려는 문화가 관례화된 형국”이라며 “지자체장 등 고위 인사일수록 선심성, 퍼주기 등 의심을 불러일으킬 행위를 자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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