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데뷔 30년’ 신승훈 발라드의 음악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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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데뷔 30년’ 신승훈 발라드의 음악사적 의미 

    • 입력 2020.03.23 17:09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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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1990년에 데뷔한 가수 신승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곱디 고운 미성을 지닌 그는 여성의 감성을 가장 잘 건드리는 발라드 가수라고 할 수 있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1집, ‘보이지 않는 사랑’의 2집, ‘처음 그 느낌처럼’이 수록된 3집 등 내놓는 발라드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히트곡이 많다. ‘날 울리지마’ ‘우연히’ ‘로미오&줄리엣’ ‘널 사랑하니까’ ‘내 방식대로의 사랑’ ‘오랜 이별 뒤에’ ‘엄마야’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뿐’ ‘지킬 수 없는 약속’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나비효과’ 등 히트곡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필자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뿐’을 특히 좋아한다. 대중들이 다 아는 히트곡들만으로 2시간 정도의 콘서트를 채울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한 가수인데, 신승훈이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가수다. 

    신승훈은 당시 이문세, 변진섭이 주도했던 한국 발라드 시장에서 적잖은 지분을 확보해내며 발라드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됐다. 한국대중가요사에서도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의 발라드는 김소월 시인이 표현했던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울지 않는다는 게 메인 정서다. 신승훈표 발라드는 멀어져가는 사랑을 잡기 위해 울부짖지 않고 오히려 청아해지고 절제하고, 단정해져 감성과 감동을 배가시킨다. 찬란하게 승화된 슬픈 감성이다.

     

    신승훈은 2013년 타이틀곡 ‘Sorry’가 담긴 앨범을 발표하고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슬픈 감성을 ‘애절’ ‘처절’ ‘애잔’ ‘애틋’ 네 가지로 나눠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애틋함‘은 자신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의 삽입곡 ‘Love Of Iris’는 발라드가 신승훈의 미성을 만나 애절함을 극대화시킨, 신승훈표 발라드의 연장선에 있다. 

    좋은 곳에서 곡을 만들면 좋은 노래가 나온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감성 장인이다. 춘천, 가평, 양평 일대의 예쁜 펜션들을 모두 꿰뚫고 있다. 최근까지도 송캠프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펜션에서 음악 작업을 한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꽤 오랜 기간 연애를 안 해 ‘연애 스토리텔링’의 빈곤으로 작사를 양재선, 심현보 등에게 맡긴다. 정확하게는 두 번째 여자와 헤어지는 9집을 끝으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가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이별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 유재하처럼 작사, 작곡, 프로듀싱 세 곳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뮤지션이다. 그는 자신의 곡을 다른 가수에게도 별로 주지도 않았고, 다른 작곡가의 노래도 별로 부르지 않았다. 작곡가들이 ‘신승훈의 곡’이라면 부담을 느껴 신승훈 자신이 항상 몇 곡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MBC ‘배철수 잼’에 출연한 신승훈을 보면, 즉석에서 주문만 하면 노래를 뽑아내는 기술은 역시 최고다. 미성에서 나오는 호소력은 원숙의 경지다. 이날 부른 노래들은 원숙함에 자연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애절하게 부르지 않아도 호소력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신승훈은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질 출신의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빙과 미국의 프랭크 시나트라가 함께 노래하는 걸 보고 “호소력 있게 부를 테니까 들어주세요”보다는 노래를 툭툭 던지는 식으로 불러 듣는 사람도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것을 듣고 난 후 만든 노래가 ‘나비효과’다. 이 노래는 자신이 키우는 제자 가수인 실력파 로시가 또 다른 감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신승훈은 지난 16일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My Personas’의 수록곡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지난 16일 선공개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아이리쉬풍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팝 적인 멜로디의 모던 락이다. 이제껏 신승훈의 작곡 스타일과는 또 다른 멜로디와 창법의 변화가 돋보인다. 노래 제목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함께, “지금 아프다면 너의 계절이 오는거야”라는 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와닿는 가사다. 

     

    신승훈은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초청받은 가수다. 조용필 공연에는 게스트가 없기로 유명하다. 존경하는 조용필 선배가 국민가수라는 말을 부담스러워 하자 “저는 구민가수”라고 말하는 신승훈이다. 

    그는 스캔들이 없기로도 유명하다. “보이지 않게 사랑할거야”라고 했던 가사 때문일까. 지난 30년 동안 필자는 신승훈 콘서트를 20차례 정도는 보러 간 것 같다. 갈 때마다 현장에서 신승훈의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 여성 관객들을 본 것 같다. 신승훈은 팬들에게 행복을 만들어내는 감성제조기다. 항상 안주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온 신승훈이 오는 4월쯤 공개할 30주년 기념 음반의 노래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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