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3500원인데 남는 게 있냐고요?”⋯ ‘모두의 부엌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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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끼에 3500원인데 남는 게 있냐고요?”⋯ ‘모두의 부엌 춘천’

    노인 청소년 등에 저렴한 식사 제공
    술 마시다 "좋은 일 하자" 뜻 통해 시작
    90%가 특가 손님 "정성으로 대접"
    무료 주방공유 공익 사업도

    • 입력 2024.04.22 00:05
    • 기자명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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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 이상 고령자 혹은 대학생 이하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모두의 부엌 춘천 주인 서대선(사진 왼쪽)·이창래 대표가 상점 앞에 서있다.(사진=박민경 인턴기자)
    65세 이상 고령자 혹은 대학생 이하 청소년 등에게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모두의 부엌 춘천' 서대선(왼쪽)·이창래 대표가 식당 앞에 서있다.(사진=박민경 인턴기자)

    19일 오후 춘천 동부시장 한 식당에 '모두의 부엌 춘천'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식당 메뉴는 카레와 국수로 평범하지만 가게 앞에 걸린 현수막에 재미있는 문구가 보였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대학생 이하 청소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에게는 특별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 좋은 일을 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특별가인 3500원으로 식사할 수 있는 대상이 너무 많아 적자가 나기 쉬워 보였다. 모두의 부엌 춘천 이창래(64) 대표는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모두의 부엌 춘천‘은 지난해 12월 16일 춘천 동부시장에 문을 열었다. 주말에는 자원봉사 등을 위한 활동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공유 주방이 된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창래(64) 대표와 서대선(53) 타지에서 은퇴한 후 고향인 춘천에 돌아와 뜻있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19일 대표 이창래 씨를 만났다.

    Q. 모두의 부엌 춘천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65세 이상 고령자, 대학생 이하 청소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제공하고, 협동과 나눔을 위한 주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할인 대상자는 65세 이상 고령자, 대학생 이하 청소년,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 외에도 모두의 부엌 춘천 회원도 있는데요. 모두의 부엌 춘천 회원은 50만 원 출자금을 내시거나, 연 12만 원의 점심시간 교환권을 구매하신 분, 식당 업무를 월 1회 이상 지원하는 봉사회원입니다. 

    Q. 모두의 부엌 춘천을 열기로 한 이유는?
    원래는 서울에서 출판 사업을 했는데요. 서대선 대표와는 은퇴 이후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야기 도중 같은 출판업계에서 근무했던 것이 확인되고 지인들이 겹치면서 알게 됐습니다. 서 대표의 지인들이 식당을 하시는데 국수나 카레의 요리법을 전수받아 그 레시피 대로 요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인들은 서로 뜻을 모아 출자금을 대 주셨고 그 결과 ‘모두의 부엌 춘천’을 함께 열기로 계획했습니다.

    Q. 식당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 평범한 식당 사장님보다 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카레 덮밥은 일본식 카레를 버터로 볶습니다. 보통 카레는 식용유로 하는데 버터의 경우 끓는 온도가 낮아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여기 오신 분들이 한 끼 때운다는 의미보다는 ‘대접’을 해주고 싶고 기분 좋게 외식을 하실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만듭니다.

     

    △ 모두의 부엌 춘천 내부에 특별가 식사 제공 대상자가 적힌 안내 표지가 걸려있다.(사진=박민경 인턴기자)
    △ 모두의 부엌 춘천 내부에 특별가 식사 제공 대상자가 적힌 안내 표지가 걸려있다.(사진=박민경 인턴기자)

    Q 특가 대상이 많은데 남는 게 있나요?
    일반 손님은 6000원 정도로 식사할 수 있지만, 손님들의 90%가 3500원 특가로 식사하시기 때문에 매출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녁에 술을 팔아 매출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카레 소포장 판매로 매출을 확장해보려 합니다.

    Q. 특별한 점이 있었나요?
    고령자분들은 혼자 드시기보다는 친구분들을 부르십니다. 서로의 친구들을 불러 삼삼오오 드시면 대화의 장이 만들어지고 안부를 묻는 공간이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돌봄 효과가 있어서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역할들이 생겨 뿌듯합니다. 

    Q.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모두의 부엌을 통해 이웃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가사 노동을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물가가 올라 밥 한 끼 하기 어려운 대학생분 청년들이나 아동들도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청년들은 어른들을 잔소리꾼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고 ‘너희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다’라는 것들을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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