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처럼⋯” 중국 출신 귀화자가 말하는 춘천 생활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마라탕처럼⋯” 중국 출신 귀화자가 말하는 춘천 생활

    효자동서 마라탕집 운영 상시연씨
    2006년 유학부터 시작된 한국생활
    "주변 도움에 적응⋯감사한 마음"
    도내 다문화 가족 5년새 24% 급증

    • 입력 2024.05.23 00:04
    • 수정 2024.05.25 23:48
    • 기자명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만큼 마라탕 좋아하잖아요. 다문화 가정들도 이렇게 쭉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춘천 효자동에서 마라탕 식당을 운영하는 상시연(46)씨는 유학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2014년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했다. 시어머니가 사는 춘천에 살며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지난해 마라탕 식당을 개업했다. 상씨는 “중국 사람들도 잘 못먹는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많아 깜짝 놀라기도 한다”며 “처음엔 좀 고생했지만,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서 친정 엄마를 보고싶은 것 말고는 특별히 한국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내 다문화 가구는 2018년 7915가구에서 2022년 9841가구로 5년 새 빠르게 늘어났다. 2022년 말 기준 귀화해 내국인이 된 가구는 4755가구, 결혼 이민자(외국인)는 3793가구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원주시 2131가구 △춘천시 1590가구 △강릉시 1100가구 △홍천군 577가구 △속초시 516가구 등이다. MS TODAY는 지난 16일 상씨를 만나 중국 출신 귀화인이자 다문화 가정으로 춘천에서 살아가며 느낀 점들에 대해 들어봤다.

     

    춘천 효자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상시연씨.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춘천 효자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상시연씨.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Q. 한국은 어떻게 오게 됐나요.
    고향이 연변인데, 조선족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에 대해 듣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2006년 충북 충주로 유학을 오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고모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유학이 끝나고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한국에 살게 됐습니다. 현재는 춘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

     

    상시연(46)씨가 취득한 한식조리기능사, 미용사(피부) 국가기술자격증. (사진=상시연씨 제공)
    상시연(46)씨가 취득한 한식조리기능사, 미용사(피부) 국가기술자격증. (사진=상시연씨 제공)

    Q. 한식조리기능사를 취득해 자영업을 하신다고요.

    춘천시 가족센터에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걸 알게 돼서 거기서 한식조리기능사와 요양보호사를 취득했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같이 땄고요. 자신감을 얻은 뒤로는 혼자 공부해 피부미용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중국에서 미용 관련 일을 했어서 한국에서도 미용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잘 안돼서 지금은 식당을 하고 있어요. 원래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식당인데 한식조리기능사 취득 후에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라탕 식당을 선택한 건 똑같은 한식당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예요.

    Q. 한국에서 사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 유학 왔을 때는 한국말을 하나도 몰라서 힘들었어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한국인 언니가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손님 응대하는 법도 알려줬어요. 다시 생각해도 참 고마워요. 이젠 한국말도 잘하고, 외모도 한국 사람과 똑같아서인지 중국 출신이라고 해서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아주 잘 지내고요.

     

    상시연씨의 가족사진(왼쪽)과 화분 분갈이를 하고 있는 자녀(오른쪽). (사진=상시연씨 제공)
    상시연씨의 가족사진(왼쪽)과 화분 분갈이를 하고 있는 자녀(오른쪽). (사진=상시연씨 제공)

    Q. 중국인이나 귀화인에 대한 편견을 느낀 적은?

    옛날에는 한국 사람이 얘기하는 중국의 이미지가 사실과 맞지 않아 바로잡고 싶은 적이 많았습니다. 중국이 잘 못사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만 본 정보들로 중국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실제로 중국에 가본 적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못사는 나라도 아니고 공산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최근엔 그 점을 잘 알고 있고요.

    Q. 춘천에 살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춘천은 작은 도시여서 오히려 살기 좋은 것 같아요. 중국에서 큰 도시에 가봤는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너무 복잡했거든요. 출퇴근할 때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춘천은 안 그래서 좋습니다. 공기가 맑고, 좋은 사람들도 많고요.

    Q. 목표가 있으신가요?

    아이들 잘 키우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한국도 교육열이 높지만, 중국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중국은 산아 제한이 완화되기 전까지 한 가정에 자녀 하나만 키울 수 있어서 초등학생들도 오전 7시부터 학교 공부를 시작해요. 아이들이 이웃과 잘 어울리며 바르게 크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다 크면 모아놓은 돈으로 세계 여행을 가보는 게 꿈이예요.

    한상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