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퇴출한 춘천 장례식장⋯음식 값 내는데 “그릇값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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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품 퇴출한 춘천 장례식장⋯음식 값 내는데 “그릇값 별도”

    춘천시, 지역 장례식장 내 다회용기 사용 도입
    선택인 다회용기 미사용 시 불이익 따라
    상주는 다회용기 사용 강요와 비용 부담 토로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할인혜택 미적용 문제도

    • 입력 2024.04.19 00:08
    • 수정 2024.04.19 08:15
    • 기자명 한재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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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춘천시가 도입한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정책이 도입 취지와 달리 상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춘천시는 지난해 12월 지역 내 장례식장 4개소, (주)깨끗, 춘천환경운동연합과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춘천지역 내 장례식장에서 매월 발생하는 20여톤의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다회용기 재사용 문화를 정착하기 위함이다. 

    협약에 따라 춘천시는 다회용기 제작과 운영 비품 지원을 위해 사업비 2억 9000만원을 투입하고 사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1월 강원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다회용기 사용이 시작돼 4월 현재 춘천 관내 4개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깨끗이 춘천시 관내 장례식장 4개소에 보급하는 다회용기.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깨끗이 춘천시 관내 장례식장 4개소에 보급하는 다회용기. (사진=유지연 인턴기자)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큰 취지에는 시민 등 이용자 대부분이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 장례식장을 이용한 일부 상주들은 법적 의무가 아닌 다회용기 사용이 의무처럼 강요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 보조사업자로 선정된 ㈜깨끗은 밥그릇, 국그릇, 종지, 수저세트, 찬기(대·중·소), 물컵, 소주컵 등 9종의 다회용기를 지역 장례식장에 대여하고 수거와 세척을 거쳐 재공급한다. 세척비는 춘천시가 부담한다.

    반면 다회용기 사용비는 상주 등 이용자의 몫이다. 제품별 금액은 △밥그릇·국그릇 320원 △수저세트 210원 △물컵 100원 정도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1회용품 최저가격(밥그릇·국그릇 48원 △수저세트 90원 △물컵 15원) 대비 최대 6배가량 비싸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다회용기 사용의 부담으로 일부 상주는 직원들이 퇴근하는 밤 9시 이후 직접 설거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춘천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래픽=유지연 인턴기자)
    ”11일 춘천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래픽=유지연 인턴기자)

    11일 춘천시 시민 제안 게시판에 “춘천시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강요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가족의 장례를 치르며 직장과 상조회사에서 지원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려 했으나 장례식장 이용 혜택에 불이익이 있다는 말을 들어 어쩔 수 없이 다회용기를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 박모씨는 “누가 음식점에서 식사 비용을 지불하고 용기와 설거지 비용까지 지불합니까”라는 지적과 함께 “법적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이 가격은 비싼데, 상중 경황이 없는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게 맞습니까”라고 꼬집었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도 “음식값도 내고 그릇 값도 내고 말이 되나” “회사에서 들어오는 일회용품도 전면 금지⋯그거 받으려고 상조회 가입하는 분들도 있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시했다. 해당 글은 1주일 만에 30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30일 내 30명의 공감을 얻은 제안은 소관부서 검토와 시민주권위원회의 심사 후 채택되면 정책 반영까지 추진된다.

     

    상주가 장례식장 계약을 할 때 받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동의서. (사진=장례식장 제공)
    상주가 장례식장 계약을 할 때 받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동의서. (사진=장례식장 제공)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장례에 참석한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취재진 확인 결과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불이익을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다.

    춘천의 한 장례식장은 지역 내 기업, 기관, 단체 등과 협약을 맺고 빈소 사용료(시설이용료)의 20~40%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춘천시가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퇴출을 공식화한 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상주는 관련 혜택과 할인을 제공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할인 혜택이나 다회용기 비용은 사업주인 장례식장의 영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상조회와 기업들에게 일회용품 대신 금전이나 다른 용품으로 대체하도록 협조 요청을 구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테니 좋은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유지연 인턴기자 hanfeel@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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