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햄버거, 치킨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원재료를 비롯해 가격 인상 요인이 가중되면서 총선 이후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굽네치킨은 이달 15일부터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다. 2022년 이후 인상한 이후 2년 만이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오르며 단품 메뉴 가격만 2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기본 3000원 이상인 배달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한 끼 가격만 2만2900원에 달한다.

전세계 26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 파파이스도 치킨, 샌드위치, 디저트류, 음료 등의 가격을 100~800원, 평균 4% 수준으로 인상했다. 배달 제품은 매장 판매 가격보다 평균 5% 높게 책정해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협력을 당부하고 있지만, 외식기업들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배달료까지 인상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식용유와 설탕 등 원재료 작황 부진으로 국제 가격이 치솟고, 국내산 채소도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부담을 줄이고, 정부의 물가 안정책에도 협조하기 위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지만, 비용 상승 압박이 커졌고, 가맹점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 가격도 불안하다. 이미 올해 2월에는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버거 메뉴 30여개의 가격을 평균 3.1% 올렸다. 치킨·버거 전문점 KFC는 배달 주문 시 버거 단품 가격은 300원, 치킨은 한 조각당 100원 가격을 올렸다. 매장 판매가는 동일하다.

지난 1월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3년간 주요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격인상 시기를 조사한 결과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 횟수는 평균 3.8회, 치킨 프랜차이즈 1.8회로 나타났다.

석사동에 거주하는 주부 장모(47) 씨는 “4인 가족이 주말에 치킨이라도 시켜 먹으려면 두 마리는 주문해야 하는데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5만원에 육박한다”며 “외식하는 게 겁난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