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사기보다 팔기가 더 어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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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은 사기보다 팔기가 더 어렵더라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 입력 2024.04.15 00:00
    • 수정 2024.04.16 00:02
    • 기자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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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요즘 자산가들을 만나보면 고민거리 중 하나가 수년간 팔리지 않는 부동산이다. 땅 크기만 넓을 뿐 애물단지로 전락한 부동산도 수두룩하다. 미국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land rich, cash poor’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집이나 땅 등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처분이 쉽지 않고, 당장 가용 자산이 많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부동산의 특성인 비환금성 문제나 양도세 부담으로 매각이 여의찮아 애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매수하기보다는 팔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오죽하면 ‘사는 것은 기술, 파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이 나올까.

    아파트같이 거래가 많은 부동산은 그나마 매각은 쉽다. 시장이 급랭하는 기간은 제외하고선 말이다. 하지만 비(非)아파트를 팔 때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특히 토지는 유통채널을 아는 것이 필수다. 현재 시골 땅을 전문적으로 팔아주는 전국 채널은 거의 없다. 토지시장이 투자 중심에서 국지적 실수요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시골 땅은 동네 중개업소에서 사고팔므로 이곳에 맡길 수밖에 없다. 조기 매각을 위해서는 논·밭 인근에 20곳 이상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매각을 의뢰하고 동네에도 소문을 내라. 중개업소에는 법정 중개보수 이상으로 후하게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해두는 게 좋다. 연락처를 적은 플래카드를 논·밭 진입로에 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불법행위로 단속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부동산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호가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거래는 한 쪽이 일방적인 희망 가격을 포기하고 현실가격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말하자면 서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야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매각이 절실하다면 받고 싶은 가격보다 팔릴만한 가격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향후 개발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시골 땅은 굳이 순서를 따지지 말고 팔리는 것부터 먼저 팔아라. 아니, 내가 갖고 싶은 부동산부터 팔아라.

    충청권에서 최근 3필지의 땅을 판 김진경(가명‧57)씨는 “팔고 싶은 매물은 안 팔리고 팔기 싫은 매물만 사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부동산은 남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싸게 팔아서, 다른 부동산을 싸게 산다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매각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저출생과 고령화 등 인구 위기로 시골 농지와 임야는 더욱 팔리기 어렵다. 보유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조기 정리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또 하나, 팔 때 세금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양도소득세는 매각에서 작지 않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여러 부동산을 팔 때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의사 결정이 좀 더 쉽다. 집 한 채야 양도세 부담이 크지 않지만, 여러 채라면 절세전략을 잘 짜야 한다. 가령 1가구 2주택자일 때 양도차익이 적은 것부터 파는 게 유리하다. 나머지 한 채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활용, 그다음 매각하는 방법으로 절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해 2건 이상 부동산을 팔면 양도차익과 양도차손을 합산해 양도세를 매긴다. 손해가 난 부동산을 파는 해에 이익이 난 부동산을 함께 매각(잔금 기준)하면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2건의 부동산 모두 이익이 많다면 1건은 다음 해에 팔아 양도차익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구조를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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