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살지만, 춘천시민 아니다” 전입신고 안 하는 대학생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춘천 살지만, 춘천시민 아니다” 전입신고 안 하는 대학생들

    • 입력 2024.04.01 00:08
    • 수정 2024.04.03 11:22
    • 기자명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대 4학년생인 심모(27)씨의 현재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서울 노원구다. 강원대를 다니는 4년 내내 춘천에서 자취했지만, 대학 졸업 직전까지도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졸업하면 되도록 수도권에 취업할 생각인데다 춘천에 살면서도 주말에는 대부분 본가에서 지내기 때문에 굳이 춘천으로 전입 신고할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심씨가 주소를 옮기지 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서울에서 주택 청약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그는 “춘천시에 전입신고를 하면 서울 아파트 청약 1순위 등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서울 주소지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살다가 춘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다니면서도 기존의 등록 주소지를 유지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과 춘천을 연결하는 교통이 좋아지면서 춘천으로 대학을 오는 수도권 학생 수는 많아지지만, 춘천으로 주소지를 이전했을 때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주택 청약제도 뿐 아니라 청년을 위한 각종 지원들도 춘천보다 수도권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춘천이 유청년층 유입을 늘리고 인구 3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대학생 전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TX-청춘열차가 춘천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ITX-청춘열차가 춘천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수도권 학생 수는 전체 신입생(2023년 기준 8552명)의 약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춘천시내 대학들의 신입생 규모를 보면 매년 수도권 학생들이 3400명 정도 입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대학생 나이 청년들의 춘천시 전입신고 수는 이에 훨씬 못미친다. 춘천시청이 대학생들의 전입 신고 내역을 조사하기 시작한 2023년 한해 춘천으로 전입 신고한 대학생은 1933명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세 청년의 춘천 전입신고 건수 역시 2022년 기준 4825명에서 2023년 2761명으로 감소했다. 

    지역에서는 교통 개선 효과로 춘천으로 전입하는 청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효과는 반대에 가까웠다. 춘천 대학에 다니면서 본가가 서울, 경기인 학생들은 수업을 마친 후 하루만에도 본가에 다녀올 수 있고 주말 내내 본가에서 지내는 경우도 흔하다. 한림대 재학생 박모(22)씨는 “왕십리가 본가인데 ITX를 타면 1시간 내로 편하게 갈 수 있어 굳이 주소 이전을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권과 춘천시 집값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주소를 옮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에서는 청약 1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1순위 내에서도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경우도 많다. 중간에 춘천으로 전입 신고를 하게 되면 이같은 혜택을 잃을 수 있다.

    그밖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제도들 역시 수도권이 더 유리하다. 서울시가 거주지가 서울시인 청년을 대상으로 교통카드 이용 금액 할인과 대부분의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에게 총 1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청년지원 프로그램으로 청년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대학생들이 춘천시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 때문에 주소를 옮길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춘천교대 재학생 윤모(22)씨는 “춘천 오기 전 부모님 댁으로 자동차 과속 과태료 고지서가 발송돼 우편물을 못 받았고 1년 넘게 연체되면서 연체료만 7만원을 낸 적이 있다”면서도 “여러 번 자취방 이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전입 신고하기가 더욱 귀찮아 차라리 부모님 집에 주소를 두는 게 낫다”고 했다. 

    춘천시도 청년들이 전입신고를 하도록 각종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제 효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는 전입 신고일 기준 1년 이전부터 타 시·군·구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다가 관내로 전입한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별 30만 원씩 최대 240만원을 지원한다. 도내 타 시·군과 비교하면 비교적 많은 액수이지만 큰 효과를 못봤다. 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관내 대학생 5000여 명이 전입 신고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입신고를 한 대학생 수는 기대에 못 미쳤다.

    춘천시는 비단 표면적인 인구 수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생활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대학생들의 전입 신고를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없다. 세법상으로도 전입신고 하지 않은 상태로는 월세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춘천시는 “대학생 전입은 졸업 후에도 취업·결혼 등을 통해 춘천에 지속적으로 정착하는 인구를 늘릴 수 있는만큼 대학생 전입을 유도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혁 기자·박민경 인턴기자 sh0293@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1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