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가 두 번 태어났어요” 여섯 배 행복한 춘천경찰서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삼둥이가 두 번 태어났어요” 여섯 배 행복한 춘천경찰서

    춘천경찰서 직원 연이어 ‘세쌍둥이 출산’ 겹경사
    도윤·재윤·나윤, 혜원·혜리·혜슬 모두 이란성 쌍둥이
    육아 전쟁이지만⋯“힘든 만큼 기쁨은 30배”
    김진태 지사 “강원도의 희망”

    • 입력 2024.02.10 00:04
    • 수정 2024.02.21 11:12
    • 기자명 오현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31일 김종무(31) 춘천경찰서 중부지구대 경장·남소라(31) 강원도청 공공의료과 주무관 부부 집에서 세쌍둥이 가족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세쌍둥이들의 외할아보지 남보연(58), 외할머니 함병애(56), 남 주무관, 김 경장, 할머니 신혜영(59), 할아버지 김봉규(65). 아이들은 왼쪽부터 도윤(첫째·남), 나윤(셋째·여), 재윤(둘째·남)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지난달 31일 김종무(31) 춘천경찰서 중부지구대 경장·남소라(31) 강원도청 공공의료과 주무관 부부 집에서 세쌍둥이 가족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세쌍둥이들의 외할아버지 남보연(58), 외할머니 함병애(56), 남 주무관, 김 경장, 할머니 신혜영(59), 할아버지 김봉규(65). 아이들은 왼쪽부터 도윤(첫째·남), 나윤(셋째·여), 재윤(둘째·남)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경찰서가 아니라 다산(多産)경찰서네~!”

    춘천경찰서가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해 한 명도 귀한 아이가 세 명씩, 두 번 연달아 같은 직장에서 태어났다. 주인공은 3월에 태어난 김도윤·재윤(남),나윤(여)과 곧 100일을 맞는 12월생 박혜원·혜리·혜슬(여)이다.

    도윤·재윤·나윤이의 부모는 춘천경찰서 중부지구대 김종무(31) 경장·강원도청 공공의료과 남소라(31) 주무관이다. 혜원·혜리·혜슬 딸만 셋을 품에 안은 부부는 수사과 박광호(35) 경사와 대한적십자사 강원도혈액원 탁은희(36) 간호사다.

    삼 남매의 부모가 된 김 경장과 남 주무관은 자연임신으로 세쌍둥이를 얻었다. 부부는 2022년 8월 맨 처음 세 아이를 확인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느 부모들처럼 산부인과에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날이었다. 그런데 초음파 화면에 아기집이 여러 개가 보였다. 남 주무관이 ‘뭔가 잘못됐구나’란 생각에 의사에게 물었더니 “다 아기집이예요”라며 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멘탈붕괴’가 왔죠. 보통 인공수정에서 다태아를 임신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자연임신이었거든요.” 당시 남 주무관은 놀랍고, 반갑기도 하면서 기쁨보단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자녀를 여러 명 낳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세쌍둥이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세쌍둥이(왼쪽부터 도윤, 재윤, 나윤)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세쌍둥이(왼쪽부터 도윤, 재윤, 나윤)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알고보니 상상은 친할머니인 신혜영(59)씨가 태몽을 꾼 뒤 현실이 됐다. 신씨는 “꿈에서 새하얗게 예쁜 애벌레 세 마리가 꿈틀꿈틀했어요. 너무 귀엽고 예뻐서 잠에서 깨고도 계속 생각이 남았어요. 그러고는 임신 소식을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혜원·혜리·혜슬을 품에 안은 박 경사 부부는 4회에 걸친 인공수정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아이 아빠인 박 경사는 “세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내 걱정이 앞섰다”면서도 “아이들의 심장 소리를 듣고 함께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경장과 박 경사는 같은 춘천경찰서 소속이지만, 근무지가 달라 서로 알지는 못했다고 한다. 김 경장은 ‘후배 삼둥이 아빠’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신기하면서도 반갑고, 놀라웠다”며 인사를 전했다. 박 경사도 세쌍둥이 선배가 있다고 알려주자 웃으면서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직장 내에서 한 해 6명의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직장동료들은 “춘천경찰서가 아니라 다산(多産)경찰서 아니냐. 진정한 애국자들”이라며 기쁨을 나눴다.

    이들 부부의 출산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세쌍둥이를 품은 배가 빠르게 커지면서 거동부터 식사까지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강원도청 공무원이었던 남 주무관은 일찍이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세쌍둥이는 8개월만인 3월 20일 오전 10시 21분 세상으로 나왔다. 단태아는 보통 40주차가 만삭이지만, 다태아는 산모 안전을 위해 조금 더 일찍 낳기도 한다. 남 주무관은 32주차까지 품은 뒤 출산했다. 소식을 들은 김 경장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만세다! 소라가 우리 집 복덩이다!”라며 기뻐했다.

     

    박광호(35) 춘천경찰서 경사와 탁은희(36) 대한적십자사 강원도혈액원 간호사의 세쌍둥이들이 누워있다. 왼쪽부터 혜리(둘째), 혜원(첫째), 혜슬(셋째). 오른쪽 윙크하는 사진의 주인공은 혜리다. (사진=박광호 경사)
    박광호(35) 춘천경찰서 경사와 탁은희(36) 대한적십자사 강원도혈액원 간호사의 세쌍둥이들이 누워있다. 왼쪽부터 혜리(둘째), 혜원(첫째), 혜슬(셋째). 오른쪽 윙크하는 사진의 주인공은 혜리다. (사진=박광호 경사)

     

    12월에 세 딸아이의 아빠가 된 박 경사도 “임신이 여자의 목숨을 걸고 하는건지 크게 느꼈다”며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아내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했더니 “갖고 싶은 것보단 마음껏 달리는 게 소원”이라고 했을 정도로 임신 기간 내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눕는 것도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휴직 중인 두 가족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육아 전쟁이다. 곧 있으면 돌을 맞는 도윤이네 가족은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원군으로 나섰다. 평일과 주말에 두 번씩 번갈아가며 엄마, 아빠가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경장의 아버지인 김봉규(65)씨는 육아에 필요한 힘을 기르기 위해 얼마 전부터 헬스장을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김씨는 매일 저녁 자녀가 보내오는 도윤·재윤·나윤이의 영상을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됐다. 그는 “보고 또 본다. 퇴직 후 공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이 즐겁고 설레는 일상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김 경장은 “최근 엄마, 아빠 발음을 하기 시작했다. 세 아이의 옹알이를 들을 때마다 너무 행복해서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남 주무관은 하루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아침에 눈 뜬 순간’으로 꼽았다. “아기들이 먼저 일어나 저를 깨우는데, 제 시야에 세 명이 가득 찬다.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도윤·재윤·나윤가 얼마 전 300일을 맞아 축하파티를 하는 모습. (사진=김종무 경장)
    도윤·재윤·나윤가 얼마 전 300일을 맞아 축하파티를 하는 모습. (사진=김종무 경장)

     

    ‘마음껏 달려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탁 간호사는 달릴 수 있게 된 지금은 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육아에 바쁘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잠은 자봐야 하루에 2~3시간이다. 박 경사도 마찬가지다.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을 키우면서 힘들지 않을까. 이들 부부는 “겪어보지 않으면 이 감정은 모른다”고 말한다.

    남 주무관은 “원래 저도 아이를 낳기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 모든 행복이 아이들로부터 오더라”며 “모든 고생이 세 배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30배도 넘는다”고 말했다. 할머니 신씨도 “요즘 출산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가능하기만 하다면 우리 아이들 사는 모습을 1일 견학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힘든 만큼 행복도 비례한다”며 말을 보탰다.

    김 경장 부부는 도윤·재윤·나윤이가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되면 넷째를 가질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남 주무관은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지금도 예쁘지만 더 어렸을 때 예뻤던 순간이 벌써부터 그리워 넷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경장도 “아들 둘, 딸 하나니까 딸을 한 명 더 갖자”며 웃어보였다.

    춘천경찰서의 세쌍둥이 소식을 들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이런 경사들이 지역의 희망”이라며 “도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3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