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아르바이트 해서 해외여행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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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 해서 해외여행 갈래요”

    MZ세대가 설 연휴를 보내는 방법
    명절 스트레스 싫다 ‘혼설족’ 늘어
    ‘설 연휴 집에서 쉬겠다’ 응답 51%

    • 입력 2024.02.11 00:05
    • 수정 2024.02.13 00:11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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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 이현욱(28)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을 아르바이트 일정으로 채웠다. 평소 일하는 카페에서 일일 근무 시간을 두배로 늘리고, 카페가 문을 닫는 설 당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구한 ‘펫시터’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다. 남들 놀 때 일하는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명절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임금이 더 높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족과 친척은 평소에 자주 만나기 때문에 굳이 명절에도 만날 필요가 있나 싶다“며 “부모님도 이전과 달리 명절에 꼭 뭘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딱히 없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분방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몸에 밴 ‘MZ세대’가 설 명절의 풍경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맹목적으로 전통 문화를 따르기를 거부하고, 개인의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비단 MZ세대뿐 아니라,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 세대까지 사회 전체적으로 명절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가족이 한데 모이던 옛 명절 풍경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MZ세대 청년들은 올 설 연휴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설 연휴는 단기 아르바이트 대목이다. 연휴 기간엔 남들이 쉬는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시급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성인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 연휴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는 응답은 62.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한 같은 조사 결과보다 8.3%p 높은 수준이다. 

    식당과 카페 같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부터 전 부치기, 떡이나 과일, 고기 등 설 명절 선물 포장 아르바이트까지 아르바이트 자리도 다양하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설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도 인기다. 설 연휴기간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박모(여·28)씨는 “연휴 동안 돈을 모아 유럽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혼설족 아니면 홈파티, 호캉스 즐긴다

    MZ세대는 명절이라고 꼭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명절이라고 친척이나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예 설 명절을 가족과 떨어져 혼자 보내는 ‘혼설족’이 되기도 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설 연휴에 친구들과 만나 홈파티를 즐기는 MZ세대. (그래픽=챗GPT)
    설 연휴에 친구들과 만나 홈파티를 즐기는 MZ세대. (그래픽=챗GPT)

    대학생 조미연(24)씨는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조씨는 “설 명절에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만나 파티룸에서 신년을 기념하기로 했다”며 “설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는 가구도 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홍상현(33)씨는 “명절 때마다 반려견 복순이와 꼬마를 데리고 고향에 내려갔지만 한 번 이동할 때마다 전쟁을 치른다”며 “올해는 설 당일에 혼자만 고향에 다녀오고 연휴에는 반려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애견카페와 놀이시설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MZ세대 커플들은 평소 가지 못했던 여행을 계획하거나 호캉스를 떠나기도 한다. 직장인 김현준(33)씨는 “설 연휴를 활용해 강릉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고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할 생각”이라며 “유명한 호텔은 설 연휴에 예약하기가 힘들어 한 달 전부터 미리 예약했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혼자 설을 보내고 있는 '혼설족' (그래픽=챗GPT)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혼자 설을 보내고 있는 '혼설족' (그래픽=챗GPT)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17~18일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번 연휴에는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다.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을 방문하겠다는 답변은 31.3%였다. 고향 방문이 1위(46.0%), 집에서 쉬겠다는 답변이 2위(30.0%)였던 작년 추석과는 대조적이다.

    직장인 연창언(32)씨는 “명절 때마다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에 내려가지 않게 된다”며 “학생 때는 공부, 대학교 문제로 스트레스받고, 취업을 준비할 때는 직장 질문으로 스트레스 주더니 이제는 결혼 문제로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께는 지난주 미리 가서 인사드렸고, 이번 명절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 (그래픽=챗GPT)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 (그래픽=챗GPT)

    ▶부모님 모시고 떠나는 ‘여행’

    MZ세대의 설 풍경이 가족해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절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MZ 세대도 많다. 직장인 이유진(28)씨는 “이번 설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명절에 모든 친인척이 모여 차례상을 차리고,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은 가사 노동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도 명절 연휴에 허례허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마음 편히 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어서 즐겁게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설 명절의 모습은 MZ세대가 주도하지만, 이 자체가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순우(58)씨는 20대 자녀들에게 “이번 설 연휴에 집에 오지 말고 편히 쉬라”고 먼저 제안했다. 박씨는 “기성 세대가 과거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자녀 세대에게도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영상 통화하고, 쉬는 날도 많아져 자주 만나는데 꼭 옛날처럼 명절에 모여 떡국 먹고, 세배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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