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춘천교대 등록 안 해요”⋯전국 교대 기피 현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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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명 중 6명 “춘천교대 등록 안 해요”⋯전국 교대 기피 현상 ‘심각’

    춘천교대 2024 수시모집 등록률 39.1%
    지난해 절반으로 ‘뚝’⋯기피 현상 심화
    교대 자퇴생 “회의감 느껴 못하겠다”
    춘천교대 “교권 추락·인구감소 원인”

    • 입력 2024.01.08 00:03
    • 수정 2024.01.09 17:16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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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박모(28)씨는 한때 초등교사를 꿈꾸며 춘천교대 등 여러 교육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이후 다른 지역 교대에 입학했지만, 군 휴학을 포함해 5년가량 다니면서 회의감을 느꼈다. 결국 재수를 선택, 교대를 나갔다. 최근 교사 충원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지만, 잇따라 들려오는 교권 침해 소식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내 꿈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었지 아이들에게 정당한 ‘교육’을 못하고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게 아니었다”며 “졸업한 선배들에게 현장 고충을 듣고 회의감이 왔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3학년까지 다니던 교대 생활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일반 학교로 진학했다.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교권 추락’으로 춘천교대를 비롯한 전국 교대의 등록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교권 추락’으로 춘천교대를 비롯한 전국 교대의 등록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

    입시 전문 업체인 종로학원에 따르면 춘천교대는 2024년도 수시모집에서 194명 모집에 76명만 등록하며 39.1%의 등록률을 나타냈다. 지난해(77.3%)의 절반 수준이다. 이중 70명을 모집한 ‘강원교육인재 전형’의 경우 등록률은 17.1%(12명)에 그쳤다.

    춘천교대 관계자는 “등록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수시 이월(정시 전형으로 넘겨 선발)을 통해 전체 신입생 정원 모집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점수가 가장 높은 서울교대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당초 수시모집에서 185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36명만 등록해 미충원 비율이 80.5%에 달했다. 이밖에 진주교대(72.1%)와 전주교대(63.8%)도 60%를 넘겼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13개 교대·초등교육과의 수시 미충원 인원은 총 750명으로 전체 수시 모집인원(2425명)의 30.9%에 달했다. 지난해(20.6%)보다 약 10%p 증가한 수치다.

    교육계에선 ‘불수능’ 여파에 따른 성적 하락으로 미충원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지만, 근본적으로 지난해 사회적으로 문제된 교권 침해가 교사의 직업적 인지도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춘천교육대학교 전경. (사진=춘천교대 제공)
    춘천교육대학교 전경. (사진=춘천교대 제공)

     

    이처럼 교대 진학 자체를 꺼리는 추세도 심화하고 있지만, 재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본지가 대학알리미의 춘천교대의 중도 탈락 학생(미등록·미복학·자퇴 합산)을 살펴본 결과, 2020년 25명이던 중도 이탈 학생 수는 2022년 2년 만에 52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33명(62.3%)은 신입생이었다. 당해 입학한 새내기 10명 중 1명이 스스로 학교를 떠난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2022년 교대 중도 탈락 학생은 486명으로 2018년(157명)보다 3배가량 늘었다.

    교대 지원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교권 침해’ 외에도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문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2017년생 출생아 수는 약 35만78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초교 입학생 40만명대가 무너지는 게 확실시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학령인구 감소, 교사 선발 감축, 교대 지원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학령인구 감소, 교사 선발 감축, 교대 지원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초등교사 선발인원도 줄고 있다. 올해 강원 초등교사(일반) 선발인원은 69명으로 지난해보다 17명 줄었다. 2022년(95명) 처음 100명대가 깨진 이후로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공립) 신규교사 선발인원도 3157명으로 지난해(3561명)보다 11.3% 감소했다.

    이교혁 춘천교대 입학사정관 본지와 통화에서 “교권 추락이 현 사태를 야기한 것은 맞지만, 강원 인구가 줄면서 학생이 줄고, 교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학생들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인구가 많은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대 지원 감소 속에서도 춘천교대는 재학생들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환경 조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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