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경찰 지인이야” 춘천시 공무원, 음주단속 도주하다 잡히고 측정 거부 ‘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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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경찰 지인이야” 춘천시 공무원, 음주단속 도주하다 잡히고 측정 거부 ‘난동’

    춘천시청 공무원 A씨, 음주단속 피해 도주
    없던 일로 해달라 경찰 회유 시도
    “소주 반병 마셨다” 시인
    경찰, 음주측정 거부해 혈액 채취

    • 입력 2024.01.05 15:59
    • 수정 2024.01.05 23:06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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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9시쯤 경찰이 퇴계동 효자교 인근에서 음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쯤 경찰이 퇴계동 효자교 인근에서 음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춘천시청의 한 공무원이 경찰의 음주 단속을 피해 갓길로 도주하다 붙잡혔다. 이 공무원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서 ‘없던 일로 해달라’고 회유하다 경찰이 거부하자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피웠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4일 오후 9시 17분쯤 춘천 퇴계동 효자교 인근 음주 단속 현장에서 단속 중인 경찰차를 보고 도주하는 차량이 발견됐다.

    이 차량 운전자인 춘천시 공무원 50대 A씨는 단속 중인 경찰차를 보고는 급히 우회전한 뒤 갓길로 들어서 150m 가량 도주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린 A씨는 “소변을 누러 가겠다”며 도망치려다 뒤따라온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의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에 모두 불응하며 “이 아저씨들 너무 그러시네. 나 공무원이고 경찰 지인 많다. 반성하고 있으니까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경찰은 “그럴 수 없다”며 차량 번호로 신원을 조회했고, 확인 결과 춘천시청 팀장급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위해 호흡 측정기를 꺼내자 A씨는 계속해서 자리를 이동하며 도주를 시도했다. 경찰이 “자꾸 현장 이탈하려고 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몸싸움하려 하지 말라”고 대응하자, A씨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냐. 아저씨 성함, 직급 알려달라. ‘몸싸움’이라고 한 것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A씨는 같은 자리에서 20분가량 실랑이를 벌이며 경찰에게 “당신이 경찰이냐, 양심에 손을 얹고 얘기하라”는 등의 소란을 일으켰다.

    끝내 호흡 측정을 거부한 A씨는 근처 병원에서 혈액 채취를 하기로 하고 약 7분 거리를 경찰차로 이동했다. 보통 비접촉식 음주 감지기에서 빨간불이 나오면 2차 호흡 측정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만, 운전자가 원할 경우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음주단속에 걸린 춘천시청 공무원 A씨가 경찰의 혈액 채취 요청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음주단속에 걸린 춘천시청 공무원 A씨가 경찰의 혈액 채취 요청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하지만 도착한 병원에서 A씨는 갑자기 말을 바꿔 혈액 채취를 거부했다. 시간을 지연시켜 음주수치가 조금이라도 덜 나오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씨는 “혈액 채취를 하면 결과가 나오는데 얼마냐 걸리냐”며 “마음이 바뀌었다. 다시 호흡 측정을 하고 싶다”고 15분가량을 버티다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채혈을 했다. 단속에 걸린지 40여분 만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경찰에 “음주운전 한 것 인정한다. 소주 반병만 마셨다”고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혈액 채취 동의서에는 결국 서명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호흡 측정을 거부하고 혈액 채취를 요구하는 등 음주 측정 전 시간을 벌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서류에 서명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관련 자료를 춘천경찰서 조사팀에 제출하고 채취한 A씨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결과는 1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오면 A씨를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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