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12월 말, 춘천일기를 창업한 지 3개월이 막 지나던 시점이다. 짧은 시간 동안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잔뜩 벌여서인지 많은 사람이 춘천일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왔다. 그동안 칼럼에 연재해 온 어떻게 춘천에 오게 되었고,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고 싶은지 똑같은 이야기를 거짓말 조금 보태 거의 매일 1~2시간 정도는 반복해 이야기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시간은 즐겁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긴 대화의 끝에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육림고개 고개 끝 숨겨지다시피 한 작은 춘천일기 매장을 찾아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이런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나도 이런 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처음 춘천일기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정했을 때부터 우리만의 춘천일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우리의 춘천일기와 당신의 춘천일기. 모두가 춘천이란 장소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 새로운 발견, 재미있는 시도를 함께해 나가길 기대했다. 그런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 바로 춘천일기였다.
친구도, 동료도, 아는 사람도 없는 춘천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따로따로 만나기보다 이왕이면 다 같이 한꺼번에 모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자투리 예산을 조금 내어주셨다. 춘천일기가 주축이 되어 이런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면 좋을 것 같단 진심 어린 응원에 힘입어 제대로 자리를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1회 로컬 디자인 포럼“, 포스터도 무려 2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장소도 대관하고, 속초 동아서점의 대표님을 초대해 오래된 서점, 오래가는 디자인이란 주제로 강연도 마련했다.
포럼이 열리는 장소 한쪽에 작은 전시도 만들고 굿즈와 케이터링까지 준비를 마쳤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결과 20여명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거나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에서 디자인을 해 나가며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마지막에 내년에 자신이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포럼이 끝난 이후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자인, 로컬이란 키워드로 비슷한 생각하는 이웃이자 동료를 만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카스텔라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하면 남한테 받거나 저절로 얻게 된다.”(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하고 싶다며 주위에 많이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2024년에는 로컬 디자인 포럼과 같은 모임을 좀더 자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춘천일기가 앞으로 춘천에서 더 나아가 강원도에서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일들을 지역의 창작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부디 널리 널리 알려져 카스텔라처럼 달콤한 기회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