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 춘천에도 용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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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용의 해” 춘천에도 용이 산다

    춘천 속 ′용′(龍)과 관련된 지역과 이야기
    소양강댐 아래 ′용너미마을′ 용 조형물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진 대룡산·용화산
    용의 해 맞아 ′용의 기운′ 소망하는 주민들

    • 입력 2024.01.01 00:04
    • 수정 2024.01.01 00:0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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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다. 용은 동아시아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신성한 동물 중에서도 특히 귀하게 여겨진다. 옛사람들은 용이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이 크게 변할 전조라고 믿었다. 구름과 비를 조종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인식돼 물과 관련된 설화가 많으며, 위엄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춘천에도 용과 관련된 지명이나 유래, 이야기들이 있다.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곳은 대부분 신성하게 여겨진다. 모양새가 용을 닮았거나, 관련된 설화가 전해져 이름 붙여진 곳부터 용을 마을의 상징으로 여기는 곳도 있다. 본지는 갑진년 새해를 맞아 춘천 속 용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용이 마을 상징으로″ 용너미마을

    소양강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마을 천전5리. 이곳 입구엔 커다란 용 한 마리가 서 있다. 한 손에 여의주를 쥔 채 정면을 바라보는 황금색 용의 밑엔 ‘용너미마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 커다란 용은 마을 주민들에게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장승과 비슷하다. 주민들은 새해마다 동상 앞에 과일 등을 차려 놓고 고사를 지낸다. 정대근 용너미마을 이장은 “용은 옛날부터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지 않았나”라며 “오랜 역사가 있는 동상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마을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2018년 천전5리에 설치된 용 조형물. 용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2018년 천전5리에 설치된 용 조형물. 용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진=최민준 기자)

    높이 5m 남짓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용 조형물은 소양강댐에 조성된 ‘용너미길’을 기념하기 위해 2018년 설치됐다. 춘천시와 소양강댐 측은 모래와 자갈을 쌓아 만든 댐의 지그재그 경사면을 산책로로 조성했고, 그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너미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전5리에 용너미마을이라는 새 이름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인근에 방문한 행인들도 용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소양강댐 용너미길이 산책로로 개방되는 벚꽃 시즌이면 용 동상 앞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용과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빈다. 덕분에 주변 상권도 전보다 활발해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먼 지역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소원을 빌기 위한 성지 역할도 한다. 정 이장은 “촬영용 드론을 띄우는 사람도 있고 용을 향해 절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소양강댐에 ′용너미길′이 조성되며 인근 천전5리도 ′용너미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최민준 기자)
    소양강댐에 ′용너미길′이 조성되며 인근 천전5리도 ′용너미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최민준 기자)

    인기가 많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용의 송곳니와 꼬리 등을 훼손했다. 당시 파손된 흔적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용너미마을 주민들은 ‘용의 해’를 맞아 용 동상의 망가진 부분을 고치고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 ″먼 옛날부터 용으로 불린″ 대룡산

    용과 관련된 역사가 깊은 곳도 있다. 춘천에서 가장 높은 산(해발 899m)으로 알려진 대룡산이 그렇다. 주민들은 대룡산의 능선 모양이 마치 용과 같다고 말한다. 산 인근에 사는 김모(63)씨는 “능선이 펼쳐진 게 용이 날아오르는 것 같아 신성한 산이라는 얘기가 내려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룡산은 19세기 초에 쓰인 ‘춘천읍지’에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는 곳’이라고 기록되는 등 옛사람들에게 영험한 산으로 여겨져 왔다. 춘천 동남쪽에 자리 잡아 해가 떠오르는 곳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름의 유래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미르′에서 비롯된다는 설도 제기된다. 조선 시대 때 지어진 대룡산의 옛 이름은 ‘여매압산’이다. 학자들은 여매압산의 ‘매’가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를 뜻한다고 말한다. 여의 의미인 ‘크다’와 매가 뜻하는 ‘용’, 압이 의미하는 ‘산’이 합쳐져 대룡산이 됐다는 주장이다.

    대룡산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대룡산은 예로부터 영험한 산으로 여겨진다. (사진=이정욱 기자)
    대룡산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대룡산은 예로부터 영험한 산으로 여겨진다. (사진=이정욱 기자)

    춘천학연구소 관계자는 “여매압산의 ‘매’가 미르에서 온 글자라는 의견이 있다”며 “이 경우 현재 이름인 대룡산과 표기가 일치하며 이곳이 먼 옛날부터 용과 관련된 산이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네와 뱀이 용이 되기 위해 싸운 곳″ 용화산

    춘천과 화천의 경계에 자리 잡은 용화산은 용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구전에 따르면 용화산에선 지네와 뱀이 용이 되기 위해 서로 싸웠고 지네가 지나가던 선비의 도움을 받아 승리한 후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인근 주민의 정신적 영산으로 과거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이곳이 춘천을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 ‘맥국’의 중심지였다고 기록한다.

    1995년 제작된 책 ‘춘천의 지명 유래’에선 용화산에 대해 “기우제를 지낸다는 것은 신령스러운 산임을 암시하며 고대 맥국의 존재 여부를 밝혀주는 근원적인 전설을 갖고 있는 산”이라고 표현했다.

    ▶″용의 기운 받는 한 해 되길″ 용의 해, 2024년

    용과 관련된 지역이 곳곳에 자리 잡은 춘천에서, 2024년을 맞는 주민들의 새해 소망은 어느 때보다 크다. 용이 마을의 상징이 된 후 처음으로 용의 해를 맞이하는 정대근 용너미마을 이장도 마찬가지다. 정 이장은 “모두 건강하고 아무 탈 없이 잘 지나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용의 기운을 받아 새해 모든 일이 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의 해니까 우리 마을에 서 있는 용이 잘 도와주지 않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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