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옹심이로 만든 ‘옹볶이’, “전세계 입맛 잡겠습니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춘천&피플] 옹심이로 만든 ‘옹볶이’, “전세계 입맛 잡겠습니다”

    춘천 ‘옹심이 연구소’ 매일봄 최용기 대표
    향토음식 옹심이 제품 만들어 전국적 인기
    신용불량자에서 지역 대표 업체 사장으로
    지역사회에 자사 제품 후원·기부 등 영향력

    • 입력 2023.12.19 00:08
    • 수정 2023.12.19 09:58
    • 기자명 진광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 신북읍에서 옹심이 제품을 만드는 업체 매일봄을 운영하는 최용기 대표.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신북읍에서 옹심이 제품을 만드는 업체 매일봄을 운영하는 최용기 대표. (사진=진광찬 기자)

    “옹심이는 어느 음식에나 잘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는 식품이거든요. 춘천에서 만든 옹심이를 통해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싶은 마음이죠.”

    강원특별자치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물은 감자다. 감자를 주재료로 만든 음식도 무궁무진한데 그중 감자전분을 이용해 만든 옹심이가 빠질 수 없다. 옹심이는 새알심의 강원도 사투리로, 쌀이 모자라던 시절 감자를 갈아 새알심 모양으로 빚어 먹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강원도의 수부도시 춘천에 추억이 담긴 향토음식인 옹심이를 재해석하고 연구하는 지역민이 있다. 신북읍 옹심이 연구소 ‘매일봄’을 운영하는 최용기(54) 대표가 주인공이다.

    최 대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옹심이를 만들기 전까지는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했다. 초기에는 만두 사업에 힘을 쏟았지만,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이 터지면서 신용불량자 멍에까지 쓰게 됐다.

    이후 그의 눈에 띈 식품이 옹심이었다. 수년간 직접 하나하나 옹심이를 빚고 끓이면서 연구에 매진했고, 다른 음식에 넣어도 본연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일정한 모양을 내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까지 마련해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학교와 기관에만 납품하던 옹심이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판로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치즈가 들어간 옹심이를 떡볶이화한 밀키트 상품을 개발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술대상’에서 농식품부장관상(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연말을 맞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에 3000팩에 달하는 주문 물량을 납품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 경로당과 저소득가구 등을 돌아다니며 옹심이 제품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옹심이들로 가득 찬 박스를 직접 트럭에 싣고 내리며 선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산 감자를 이용해 춘천에서 만든 옹심이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봄에 걸려 있는 현수막. 이곳은 '옹심이 연구소'라고 불린다. (사진=진광찬 기자)
    매일봄에 걸려 있는 현수막. 이곳은 '옹심이 연구소'라고 불린다. (사진=진광찬 기자)

     

    Q. 매일봄은 어떤 사업체인지 소개해주세요.

    2017년 문을 연 옹심이 연구소예요. 사업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 알 한 알 쟁반에 올려 냉동기에 넣었다 포장하는 작업까지 직원들과 함께 손으로 직접 옹심이를 빚었죠.

    이후 지역사회에서 조금 입소문을 타면서 학교와 기관 등의 납품 요청이 늘어났어요. 공장을 신축하고 자동화 라인을 만들어서 금방 만든 것과 같은 옹심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Q. 고품질 옹심이를 위해 ‘급냉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들었어요.

    떡을 만드는 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옹심이는 상품을 만들고 빠른 시간에 얼려야 본연의 맛과 식감을 유지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떡 급냉 기술은 있었어도, 옹심이 급냉 기술을 만든 건 아마도 매일봄이 처음일 거예요.

    급냉 기계 제작에만 약 4년이 걸렸어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구조를 수십 차례 뜯어고치면서 손으로 바로 빚어낸 것 같은 맛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됐죠. 그만큼 옹심이에 진심이에요.

     

    매일봄 인기 상품인 '치즈 옹볶이'. 떡볶이에 떡 대신 치즈 옹심이를 넣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매일봄 제공)
    매일봄 인기 상품인 '치즈 옹볶이'. 떡볶이에 떡 대신 치즈 옹심이를 넣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매일봄 제공)

     

    Q. 최근 ‘치즈 옹볶이’가 대단한 인기입니다.

    옹심이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더욱 개성 있고 독특한 상품으로 이목을 끌고 싶었어요. 옹심이는 무궁무진한 식품이에요. 미역국, 떡볶이, 라면, 갈비찜 등 어디에 넣어도 조화를 이루거든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잖아요. 떡 대신 옹심이를 넣고, 또 옹심이 안에는 치즈를 넣어 식감과 고소함을 배로 늘렸죠.

    초반에는 애를 먹었어요. 치즈를 많이 넣으면 옹심이가 터지고, 조금 넣으면 고소함이 줄어드니까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전수 받고 옹심이에 접목시켰더니 영양과 맛을 다 갖춘 식품이 완성됐죠. 춘천에서 만든 옹심이와 어묵, 특제소스를 넣고 10분만 끓이면 세상에 없는 치즈 옹볶이가 완성돼요. 카카오메이커스 등 오픈마켓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어요.

    Q. 그동안 실패도 많이 겪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나요.

    전통 차, 만두, 감자떡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업을 했었지만, 계속 실패를 경험했죠. 가지고 있던 공장은 넘어가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었어요.

    ‘전화위복’이란 사자성어가 있잖아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코로나19 때는 학교·기관에 납품하던 물량이 뚝 끊기면서 직원들 월급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한 번도 월급을 밀린 적이 없어요.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매일봄은 지난 1일 서면 방동1리 경로당에서 자사 옹심이 제품을 후원했다. (사진=진광찬 기자)
    매일봄은 지난 1일 서면 방동1리 경로당에서 자사 옹심이 제품을 후원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지역사회에 옹심이 제품을 후원하고 기부한다고요.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지역아동센터나 장애인복지관, 노인회관 등에 꾸준히 직접 제조한 옹심이를 후원하고 있어요. 올해는 연말을 맞아 개발 중인 ‘옹심이 수제비’ 시제품을 맛보라고 노인센터 등에 기부하고 있어요. 한 번 후원할 때 수백만원 상당의 제품을 전달해요.

    얼마 전에는 사북면 가일리에 제설차량이 망가져 수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들어 마을발전기금을 선뜻 기부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여유로워서 제품이나 현금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지원 물품이 많지는 않지만, 사회 환원 차원에서 계속 물품 후원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춘천에서 성장한 기업인 만큼 돌려드리고 싶어요.

    Q. 자사 제품을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얼마 전에 서면 마을에 옹심이 상품을 후원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하더라고요. 어디서 살 수 있는 건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고요. ‘잘 먹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사할 뿐이죠. 지역에서 자리매김했으니까, 인사도 드리고 춘천에서 만든 향토음식 맛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Q.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매일봄은 ‘매일 매일 봄이 온다’라는 뜻이에요. 식품을 전공하진 못했지만, 십수년 동안 옹심이를 연구하면서 여러 방향성을 봤어요.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전세계로 춘천산 옹심이가 진출하는 게 목표예요. 감자전분에다가 강원지역에서 나는 다른 특산품을 섞고 고유의 기술을 더하면 나올 수 있는 제품은 수도 없이 많아요.

    현재 강원도에 감자 전분을 가공하는 공장이 없어요. 강원도 감자가 맛이 좋은데, 모양이 못난 것들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감자들을 모아서 직접 전분부터 만들고, 그 전분을 활용한 옹심이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어요. 건강한 제품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죠.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3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