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 팔던 때보다 양이 줄었다? 닭갈비 용량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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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로 팔던 때보다 양이 줄었다? 닭갈비 용량에 대한 오해와 진실

    춘천 닭갈비 업체 지난해 2월보다 10% 감소
    시민 “과거보다 양도 줄고 비싸져 안 먹어”
    업계 “뼈까지 함께 들어가 많아 보였던 것”

    • 입력 2023.12.11 00:05
    • 수정 2023.12.15 22:18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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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닭갈비. (사진=MS투데이 DB)
    춘천 닭갈비. (사진=MS투데이 DB)

     

    춘천 명동닭갈비 골목에서 5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춘천본가닭갈비는 올 가을 매출이 평상시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코로나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보통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성수기지만, 이제는 지역민들의 발길조차 줄었다고 토로했다.

    동면에서 닭갈비 가게를 운영하는 A씨도 “코로나가 끝났으니 다시 매출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월세 내면 남는 게 없다. 이제는 월 매출이 마이너스만 되지 않길 바라면서 버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9~10월 춘천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 했다. 물가상승과 더불어 춘천을 찾는 외지인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닭갈비를 찾는 소비자도 감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성우 춘천본가닭갈비 대표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인건비와 야채 등 원가 가격이 50% 가량 올랐지만, 장사가 안돼 5년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2년 뒤 건물 임대계약이 끝나면 60년간 정들었던 이 골목을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처럼 닭갈비를 포기한 업체들은 한 둘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로컬 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8일 기준 춘천지역에 등록된 닭갈비 업체 수는 222개소로 지난해 2월(246개소)보다 10%(24곳) 가량 줄었다.

    소비자들은 한때 ‘서민갈비’라고 불릴 만큼 저렴했던 가격이 너무 올랐고, 과거 용량 단위인 ‘대’ 시절보다 양도 줄어 찾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춘천시민 오모(37)씨는 “어릴 때만 해도 뼈까지 통으로 나온 닭갈비를 가위로 잘라줘 푸짐했지만, 이젠 양이 적어진 것 같다”며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1인분에 1만6000원에 판매하니 예전처럼 쉽게 발길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춘천지역 닭갈비 업체 가격대를 조사해본 결과 1인분(250~300g) 기준 1만3000원에서 비싼 곳은 1만6000원에 이르는 업체도 있었다. 4인 기준으로 볶음밥(3000원)까지 먹으면 외식 한 번에 최대 6만7000원을 지출하게 된다.

    춘천명동 닭갈비 골목. (사진=박준용 기자)
    춘천명동 닭갈비 골목. (사진=박준용 기자)

     

    그러나 닭갈비 업계에서는 물가상승에 비해 닭갈비 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 단위로 팔던 시절보다 오히려 그램(g)으로 측정 방식이 바뀐 현재가 살코기 양도 더 많다고 반박한다.

    홍동수 춘천닭갈비협회 회장은 “‘닭갈비는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에 많이 비싸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고기와 같은 용량으로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라며 “물가상승 시기 다른 음식들에 비해 닭갈비 판매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단언한다”고 주장했다.

    명동닭갈비 골목에서 4대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안금숙 명동명물닭갈비 대표는 용량 측정 방식이 바뀌면서 양까지 줄었다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대를 사용하던 시절은 지금처럼 고기 용량을 제대로 측정해서 주지 않았던 때”라며 “뼈까지 함께 볶아주다 보니 양이 많아 보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조금씩 더 주고 하던 관례가 있었지만, 그게 거의 없어진 지금 손님 입장에서 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램으로 정확하게 측정해서 주는 지금이 살코기양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닭갈비만의 용량 단위인 ‘대’는 뼈와 살이 붙어 있는 닭다리살 부위 하나를 1대로 일컫는다. 보통 2대를 1인분으로 친다.

    과거엔 식당에서 직접 가위로 뼈를 발라내며 구워줬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외국인 앞에서 통째로 들고 가위질하는 게 보기 안 좋고 용량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졌다. 이후 10여년간 그램과 혼용되다가 2000년대 들어 현재의 살코기와 야채를 볶아주는 ‘뼈 없는 닭갈비’로 정착했다.

    홍 회장은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가격도 오르고 손님들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춘천 대표 명물 중 하나이자 서민 친화 음식 닭갈비의 부흥을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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