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누가 잘했다는 거야?” 국회의원 ‘특별교부세’ 성과 홍보 경쟁에 시민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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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누가 잘했다는 거야?” 국회의원 ‘특별교부세’ 성과 홍보 경쟁에 시민들 ‘혼란’

    춘천 지역구 의원들, 5일 유사한 자료 홍보
    ″행안부 특별교부세 확보 성공″ 홍보 나서
    홍보한 성과 대부분 중복, 시민들 ″누가 맞는 거냐″
    의원들 역할 있지만 과도한 홍보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 입력 2023.12.06 00:01
    • 수정 2023.12.11 00:09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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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 김모(24)씨는 거리에 걸린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보고 헷갈렸던 경험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확보’라고 적은 의정홍보 현수막 중에 국민의힘도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똑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이 합심해서 받아왔다는건가, 아니면 각자가 직접 지역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건지 알 수 없었다.

    김씨는 “본인이 예산을 확보했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다 똑같은 내용이니 헷갈린다. 심지어 금액도 같은데 누구의 성과이고, 누가 숟가락을 얹은 것이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최근 춘천지역 국회의원들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확보 성과에 대한 홍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복되거나 같은 내용을 자신이 노력해 얻은 성과인 것마냥 무리하게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오후 ‘춘천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29억원 확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여분 뒤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29억원 확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보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춘천을 포함한 접경지역에 대한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고 알려왔다.

    세 의원의 보도자료는 소속 당과 이름만 다를뿐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 의원과 허 의원 모두 특별교부세 확보 사업으로 △사북면 2차 농촌생활용수 개발 9억원 △신북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 5억원 △후평동 염수분사장치 설치 5억원 △추곡약수터 경관 조성 3억원 △초등학교 주변 AI CCTV 설치 및 영상분석시스템 구축 3억원 △노후 재해문자 전광판 교체 2억원 △자전거도로 위험사면 정비 2억원 등 총 7개를 성과라는 식으로 자료에 넣었다.

     

    국회의원들의 특별교부세 홍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맨 위부터 한기호,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포한 ‘특별교부세 확보’ 보도자료 제목. 노 의원과 허 의원의 제목은 금액까지 동일하다. (사진=최민준 기자)
    국회의원들의 특별교부세 홍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맨 위부터 한기호,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포한 ‘특별교부세 확보’ 보도자료 제목. 노 의원과 허 의원의 제목은 금액까지 동일하다. (사진=최민준 기자)

     

    한 의원은 같은 지역구가 아닌 ‘후평동 염수분사장치 설치’만 제외하고 6개 사업이 모두 중복됐다. 춘천 석사동에 거주하는 최모(27)씨는 “다들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내용이 같다. 내년 선거에서 누가 잘했는지 보고 판단하기에 이런 자료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의원들이 공개하는 성과가 중복된 이유는 특별교부세 확보가 의원 개인의 치적이 아닌 지자체 등이 연관된 복합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특별한 성과는 아니지만,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데 국회의원의 역할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 각자 자신의 이름을 얹어 의정홍보용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특별교부세는 정부가 각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에서 일정한 조건을 붙이거나 용도를 제한해 교부하는 재원이다. 국회의원이 직접 행안부에 신청하는 절차가 아닌,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안부는 이를 토대로 대상 사업을 선정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교부세는 지자체의 신청과 행안부의 심사로 진행된다”며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에서 예산의 필요성을 피력할지는 몰라도 기관과 직접 협의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의원들의 과도한 ‘셀프 치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지역 현안 사업을 구분하는 만큼 의원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본인만의 성과처럼 홍보하면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치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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