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잊었다⋯역대급 엔저에 ‘엔테크+일본 여행’ 급증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재팬 잊었다⋯역대급 엔저에 ‘엔테크+일본 여행’ 급증

    원‧엔 환율 15년 만에 100엔당 860원대
    엔화 약세에 일본 여행 늘고 환테크 증가
    '노 재팬' 2019년 보다 관광객 3배 늘어
    은행 앱 환전 기능 이용한 엔화 예금 몰려

    • 입력 2023.11.09 00:00
    • 수정 2023.11.15 14:3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인 김재우(32‧온의동) 씨는 다음 달 일본 여행을 앞두고 8일 여행 자금을 미리 바꿨다. 원‧엔 환율이 867.98원일 때 수수료 90%를 우대를 받아, 20만엔을 사는데 174만6300원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환율이 100엔당 948.20원이었을 당시 같은 조건으로 환전하는데 189만6400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15만원 이상 유리하게 여행 경비를 마련한 것이다.

    김 씨는 “일본행 항공료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숙박비와 체류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국내 여행보다 합리적이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에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라며 “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어,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여행용 외환을 마련해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엔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엔테크’와 일본 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동시에 늘고 있다.

    8일 오전 하나은행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3.44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86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여 만이다. 엔화는 지난달 말부터 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원화 강세까지 맞물려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환율 차이를 이용한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환율 차이를 이용한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엔저가 지속되면서 김 씨처럼 은행 모바일앱 등을 이용해 엔화 예금에 가입하거나 모바일 금고에 엔화를 넣어두는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환율이 유리할 때 외화를 환전해두고 필요할 때 찾아서 쓰거나, 원화로 재환전해 환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이다.

    이런 현상에 엔화 잔액도 급격히 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3일 기준 1조1110억엔으로 한화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잔액(6832억엔)의 1.5배에 가까운 액수다.

    일본 여행 수요도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9월 일본으로 향한 관광객은 57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해 9월(3만3000명) 대비 17배 증가했다. ‘노 재팬’ 불매운동이 거셌던 2019년 9월(20만1000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춘천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엔화 환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1000엔권 지폐가 부족해 (현재 일본에서 발행이 중단된) 2000엔권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는 지점에서 바로 환전하기보다는 앱을 활용해 미리 환전한 후 외환을 수령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