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과일 사오지 마라” 추석 밥상머리 화두는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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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아, 과일 사오지 마라” 추석 밥상머리 화두는 ‘물가’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삼중고’ 이어져
    물가상승률 3%대⋯“추석 쇠기 무서워”
    고금리 악순환에 주담대 상단 7% 돌파
    기름값 10주 연속 상승, 물가 자극 우려

    • 입력 2023.09.28 00:01
    • 수정 2023.10.04 00:07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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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민 김모(68)씨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 손주를 볼 생각에 설레고 있지만, 마음 한 켠 걱정이 묻어났다. 공산품부터 기름값까지 안 오른 게 없다시피 해 귀성길 비용에 부담을 느낄까 우려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자식 손주들이 과일이라도 하나 들고 올 텐데, 물가가 워낙 비싸니 아예 사 오지 말라고 했다”며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 자연스레 먹고사는 이야기, 경제 문제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 연휴 밥상머리 화두도 어김없이 먹고사는 문제가 오를 전망이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 이른바 ‘삼중고’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와 소비자물가, 기름값 등 민생과 직결된 다양한 경제 문제들이 명절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안 오른 게 없는’ 장바구니 물가

    올 설에 이어 이번 추석 장바구니 물가 역시 고물가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풍요로워야 할 추석이지만, 고물가 고착화 경고음이 쏟아질 만큼 서민 물가는 계속 내달리고 있다. 정부가 나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명절을 쇠는 게 두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지방통계지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강원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물가지수는 113.4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상승했다. 지난 2월부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둔화해 7월(1.8%)에는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다시 3%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6%를 웃돌았던 지난해보다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해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특히 직전 달(7월)과 비교하면 1.1%p 급등한 셈으로 2008년 3월(1.3%p) 이후 전달 대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식품 품목(식료품·비주류음료·주류·음식서비스 등)은 지난해보다 4.9% 올랐다.

    올 추석 차례상 차리는 데 드는 비용도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원이 이번 추석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총비용은 30만9000원, 대형마트는 40만3250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 2%가량 증가했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차례상 필수품인 과일류 가격이 장마와 폭염의 영향으로 급증했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사과(300g) 10개 도내 평균 가격은 3만614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949원)보다 29.3% 뛰었다. 수입단가의 상승 영향으로 약과(22.6%)와 강정(19.7%)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비싸다. 참조기(20.9%)와 밤(22.1%) 등도 올라 추석 장바구니 물가를 무겁게 하고 있다.

    춘천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52)씨는 “그나마 채솟값이 싸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일값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며 “차례상에 사과나 배는 한 두알만 준비하는 식으로 음식을 간소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재진입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재진입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정기예금 4%, 주담대 7% ‘고금리 악순환’

    최근 통계청 ‘뉴스기반통계검색서비스’ 상위 키워드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고금리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 연 5~7%대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권의 ‘뭉칫돈’ 수신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연 4%대 예금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상호금융에서도 이에 질세라 잇따라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 상품은 연 3.88~3.95%로 4%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저축은행 정기예금(만기 12개월) 평균금리도 연 4.17%로 집계됐다. 북춘천새마을금고는 정기예금(11개월) 금리를 4.5%까지 올렸고 춘천신협도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연 4.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간 ‘금리 올리기’ 경쟁은 은행 조달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4.170~7.046%를 기록했다. 지난 6월(3.910~6.987%)에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260%p, 0.059%p 오르면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춘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예금 만기와 시장금리 상승이 반영되면서 은행권 예금금리가 4%대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금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 부담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춘천 한 새마을금고에서 연 4.5% 정기예금 상품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금융권의 수신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 한 새마을금고에서 연 4.5% 정기예금 상품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금융권의 수신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버스타고 가야 하나”⋯기름값 10주 연속 상승

    춘천시민 이모씨는 이번 추석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갈 예정이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에 기름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자 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엎친데 덮친 고물가에 치솟는 기름값은 설레는 귀성길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은 지난 7월 중순부터 1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더욱 커지면서 추석 연휴 평균 휘발윳값은 ℓ당 18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경기가 둔화한 데다 주요 산유국의 공급 축소 우려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유가가 추석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로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 추가 연장을 시사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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