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 ‘춘천산’ 방울토마토에 진심인 브런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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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z 스토리] ‘춘천산’ 방울토마토에 진심인 브런치 카페

    식품 회사로 출발한 우두동 카페 주오
    방울토마토 재료로 소스 레시피 개발
    에그인헬, 파스타 등 브런치 메뉴 선봬
    로컬크리에이터, 사회적기업으로 성장

    • 입력 2023.09.09 00:01
    • 수정 2023.09.12 00:0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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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진짜 토마토소스를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어요. 국산 토마토는 조리했을 때 신맛이 난다는 것도 모른 채로, 무모한 시작이었습니다.”

    춘천 우두동에 위치한 카페 ‘주오’에서는 춘천산 방울토마토로 만든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 카페는 식품회사로 출발한 주오가 새로운 메뉴를 지역 소비자에게 먼저 선보이고, 제품 개발에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마련한 ‘거대한 시식 코너’이기도 하다.

     

    춘천 우두동에 위치한 카페 주오에서는 춘천산 방울토마토로 만든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다.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우두동에 위치한 카페 주오에서는 춘천산 방울토마토로 만든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다. (사진=권소담 기자)

     

    어릴 때부터 소고기보다 스파게티를 좋아했던 김미경(42) 대표가 아이들과 함께 먹을 건강한 토마토소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 이 카페의 메뉴로 녹아들었다. 주오는 지역 농산물로 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한 점을 인정받아 춘천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로컬 크리에이터’와 ‘예비 사회적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일 카페 주오에서 김미경 대표를 만났다.

    Q. 춘천산 토마토를 활용한 메뉴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에그인헬(토마토소스와 각종 채소, 향신료를 첨가해 만든 스튜에 달걀을 올린 음식)과 주오 파스타 등 대표 메뉴 모두 주재료로 방울토마토를 씁니다. 요리베이스가 되는 소스는 모두 하나에서 출발해요. 방울토마토를 약불에서 4시간 이상 익히고, 물을 섞지 않아 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에그인헬에는 가지, 애호박, 양송이, 양파 등 다양한 채소를 써서 감칠맛을 끌어올렸어요.

    프렌치토스트와 소시지 등으로 구성한 주오 브런치에는 토마토 마리네이드(재료를 와인‧올리브오일‧식초‧향신료 등에 절인 것)를 함께 제공합니다. 감자의 고장 강원 ‘춘천답게’ 감자튀김 대신 직접 삶은 감자를 사이드메뉴로 냅니다. 감바스에는 선드라이 토마토(햇빛에 말린 토마토)가 들어갑니다.

     

    카페 주오의 대표 메뉴인 에그인헬(왼쪽)과 감바스(오른쪽). (사진=카페 주오)
    카페 주오의 대표 메뉴인 에그인헬(왼쪽)과 감바스(오른쪽). (사진=카페 주오)

     

    Q. 대과(큰 토마토)가 아닌 방울토마토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 우리 동네에서 방울토마토가 많이 생산되잖아요. 그리고 춘천산 대과는 주로 찰토마토여서 색이 빨갛지 않거든요. 소스로 만들었을 때 예쁜 색감을 내기가 어려워서 색이 선명한 방울토마토로 기본 소스를 만들고 있어요. 농가 직거래로 수급한 지역 농산물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국산 토마토의 신맛을 잡는 게 쉽지 않았고, 연구 끝에 레시피를 완성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Q. 사업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나요.

    부모님이 닭갈비 전문점을 운영했습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청양고추 장아찌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따로 판매를 요청하는 분들도 많았고, 어머니의 레시피로 절임 식품 사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게 주오의 시작이었어요. 현재 닭갈비점은 동생이 물려받아 하고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지역 농산물을 수급해 마늘과 고추 장아찌를 만드는 사업을 기획했죠. 2020년엔 춘천시 청년 스타트업 및 지역 사회 공헌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때 식품가공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는데, 마늘과 고추가 나지 않는 철에도 사업 유지를 위한 다른 아이템이 필요했어요. 그때 토마토를 떠올렸습니다.

    Q. 어릴 때부터 토마토 스파게티를 아주 좋아하셨다고요.

    처음 토마토소스 기반 사업을 구상할 때 슬로건이 ‘소고기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워킹맘이 만드는 소스’였어요.

    1990년대 후반 모교인 춘천여고 앞에 ‘쫄면스파게티’를 파는 분식집이 있었거든요. 지금이야 떡볶이 떡에 여러 소스를 넣어 만드는 음식이 일반적이지만 그때는 정말 혁신적이라 매일 먹으러 다녔어요. 토마토소스에 어떤 채소가 들어갔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정성 가득한 음식이었어요. 그 가게는 1년 만에 없어졌는데, 이후에도 계속 생각나서 집에서도 고추장과 토마토를 섞어 직접 소스를 만들어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업 구상을 할 때 이 경험이 바탕이 됐죠.

     

    김미경 카페 주오 대표가 토마토 가공 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김미경 카페 주오 대표가 토마토 가공 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정말 토마토에 진심이네요.

    토마토라는 작물을 잘 이해하고 싶어서 3개월 동안 직접 농사도 지어봤어요. 원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식품 가공을 해도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신북의 한 농장에서 ‘토마토로 본 미래 농업’이라는 100시간짜리 교육과정도 수료했고요.

    Q. 원칙으로 뒀던 ‘국산 토마토’라는 재료로 어려움을 겪으셨군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도 시작했는데, 농가 거래가 어렵게 되면서 판매도 중단했고요. 제일 중요한 건 고객 반응을 보면서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해 지난해 3월 우두동에 브런치 카페를 열었습니다.

    ‘정말 국산 토마토로는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슬럼프도 겪었지만, 로컬 비즈니스 수업을 다니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일본 도쿄 식료품 매장으로 출장을 갔는데, 정말 토마토 가공식품의 천국이더라고요. 우리 토마토로도 가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토마토와는 특징도 단가도 다르지만, 국산 못난이 토마토를 가공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아 용기를 얻었습니다.

    Q. 지역의 로컬 창업자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춘천의 색과 맛을 담은 음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토마토를 원물로 파는 것보다 가공하면 부가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잖아요. 창업 교육을 받으러 가면 모두가 국산 토마토 가공이 쉽지 않다고 했지만, 저는 확신이 있거든요. 지금도 주오에서는 한 달에 100㎏ 넘는 춘천산 방울토마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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