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청년을 불러들이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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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청년을 불러들이는 도시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07.24 00:00
    • 수정 2023.07.26 08:49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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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니 MZ세대의 아이콘은 아마 귀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에어팟’이라 통칭되는 줄이 없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말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귀를 막고 일하는 것이 더 능률이 오른다는 항변에 대해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꼬이고 얽힌 줄을 꺼내 휴대폰에 꽂는 옛날 사람으로서 낯선 풍경이긴 하다. 갑자기 궁금해져 고개 들어 세어보니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만 에어팟을 귀에 넣거나 목에 걸고 일하는 젊은 동료들이 6명이나 있다.

    새로 태어난 세대의 생각과 습성이 먼저 살아온 세대에게는 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갈등이 생긴다. ‘라떼는 말야’식의 훈계와 ‘꼰대세요?’식의 조롱이 서로 공방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세대론으로 넘겨 반목하기도 한다. 먼저 살아온 세대는 모든 부동산을 차지하고 지구 환경을 파괴한 몰염치한 패거리라고 지탄받고 새로 태어난 세대는 이기적인 이유로 아이를 포기하고 일터에서는 게으르고 무례한 패거리라고 비난받는다. 불평등, 환경, 인구소멸, 노동 등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진짜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외면하고 세대간 비난과 폄하로 갈등하고 투쟁한다.

    어쩌면 세대 간의 갈등이란 성급한 일반화와 얄팍한 혐오감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선입견이 만든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베이비붐’도, ‘386’도, ‘X’도 ‘MZ’도 근본적인 특성이 있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의 문제들과 더 관련이 있는 구분들이다. 분열을 강조하기보다 함께 진짜 문제에 집중하고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세대간의 생각과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모두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는 평화로운 대화와 새로운 시도의 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많은 도시들이 지역내 청년들의 유출을 막고 수도권 청년들의 지역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추진한다. 어떤 도시가 청년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까? 출산, 양육, 귀농, 창업 등 소득이나 일자리 같은 경제적 유인으로 청년들에게 우리 도시로 이사하라고 권하면 그들은 응하지 않는다. 새로운 직장이 생겼거나 가족문제로 인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이사’라고 한다면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기 위한 이사를 ‘이주’라고 구분할 수 있다. 청년들은 이사가 아니라 이주에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MZ세대는 앞선 세대와 달리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남과 다른 이색적 스타일을 추구하며 사회적 관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 특성을 보인다. 또한 여유로운 생활과 의미 있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선호하면서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청년들의 지역 이주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30만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춘천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이주 및 정착 과정은 구직 과정이나 거주 이전이라는 선택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의 정책 수단들을 통합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청년 세대의 다른 인식과 성향을 수용하는 포괄적 청년 정책을 추진해야할 시점이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의 태도와 관계는 지역사회에서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지역 이주라고 한다면 우리 도시에 이주 청년들이 많아질 때 그들의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지역의 변화까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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