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찰옥수수빵 시대" 춘천 대표 '신상'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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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찰옥수수빵 시대" 춘천 대표 '신상' 간식

    강원 '소울푸드' 옥수수 범벅으로 만든 빵
    특산물인 찰옥수수의 확장성 고민한 결과
    식감 살리려 8년간 연구해 3개월 전 출시
    다양한 조리법, 유통 시스템 접목해 사업화

    • 입력 2023.06.18 00:02
    • 수정 2023.09.07 11:2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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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를 꼭 닮은 노란 찰옥수수빵을 반으로 가르자, 옥수수 알갱이가 가득한 속이 나타났다. 한입 베어 물자 갓 쪄낸 찰옥수수보다 더 쫄깃한 식감이 은은한 단맛과 함께 올라왔다.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옥수수와 팥으로 소를 만들어 찰진 식감이 장점이다. 강원지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할 추억의 간식, ‘옥수수 범벅’이 빵 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옥수수는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여름철 먹거리이지만, 그동안 옥수수를 활용한 가공식품은 성공 사례가 드물었다. 전, 과자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응용이 가능한 감자와 달리 옥수수는 수확 후 그대로 삶아 먹는 ‘제철 음식’의 성격이 강했다. 금방 딱딱해지는 찰옥수수 알갱이도 극복하기 힘든 과제였다.

    김준봉(46) 싱싱베이커리 대표는 3개월 전 출시한 ‘찰옥수수빵’이 감자빵의 뒤를 이을 춘천의 대표 간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뿐만 아니라 찰옥수수를 오랜 기간 널리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강원지역 특산물인 옥수수를 알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15일 온의동 춘천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싱싱베이커리에서 김준봉 대표를 만났다.

     

    강원지역에서 생산한 찰옥수수로 빵을 만든 김준봉 싱싱베이커리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강원지역에서 생산한 찰옥수수로 빵을 만든 김준봉 싱싱베이커리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Q. 옥수수보다 더 옥수수 같은 빵을 개발하셨다고요?

    강원지역에서 많이 먹는 ‘옥수수 범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옥수수와 팥을 섞어 찰기 있는 식감을 살린 토속 음식이잖아요. 여기서 ‘옥수수 팥빵’(2800원)이 출발했어요. 그냥 보기에는 단팥빵이지만 안에는 옥수수와 팥을 섞은 소가 들어있어요.

    옥수수 범벅을 빵으로 만드는 기술로 특허도 받았습니다. 기본이 되는 제품은 ‘찰옥수수빵’(2700원)인데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제품으로, 알러지가 있는 분들도 드실 수 있게 만들었어요. 옥수수 모양으로 만들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고요. 파이 만주 형태의 달빵(2200원)이나 와플(2700원)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법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찰옥수수 와플은 기본 찰옥수수빵을 와플 기계에 누른 제품인데 식감을 달리해서 재미를 더했습니다.

    Q. 식감이 정말 찰옥수수랑 비슷하네요. 많이 달지도 않고요.

    8년간 연구 끝에 상품이 나온 지 이제 3개월 됐어요. 찰옥수수는 전분 성분 때문에 알갱이가 금방 굳어버려서 식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거든요. 오랜 연구로 이 부분을 극복하고 끈적끈적한 찰옥수수의 성질을 최대한 끌어내는 조리법을 개발했습니다. 1년 동안 냉동 보관한 다음 상온에서 20분만 해동해도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맛보실 수 있어요.

     

    싱싱베이커리에서 판매 중인 찰옥수수빵과 찰옥수수 와플. (사진=권소담 기자)
    싱싱베이커리에서 판매 중인 찰옥수수빵과 찰옥수수 와플. (사진=권소담 기자)

    Q. 원재료인 옥수수는 어떻게 수급하나요?

    홍천 내면에서 재배한 ‘미백 옥수수’가 옥수수빵의 재료입니다. 일상에서 먹는 옥수수는 보라색 알갱이가 일부 섞여 있는데 이 품종은 알갱이가 전부 하얀색이죠. 찰기를 극대화한 품종이라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옥수수로 만든 디저트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존 제품들은 대부분 외국산 유전자 변형 생물(GMO)을 재료로 쓰고 있어요. 흔히 말해 통조림 ‘스위트콘’을 사용하는 거죠. 외국산 옥수수는 대부분 달고 아삭한 식감이라 국내산 찰옥수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Q. 어떻게 옥수수로 빵을 만들게 됐나요?

    대부분 옥수수는 수확한 그대로 쪄서 여름 한 철에만 먹잖아요. 사시사철 옥수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옥수수가 풍년이면 오히려 도매가격이 내려가서 농민들은 고통을 겪어요. 옥수수를 재료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면 강원지역 농가에도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옥수수 범벅으로 채운 찰옥수수빵의 속(왼쪽)과 옥수수를 형상화한 찰옥수수빵 외관(오른쪽). (사진=싱싱베이커리)

    Q. 자색옥수수로도 빵을 개발하셨다면서요?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서 자색옥수수 추출물을 식품 원료로 개발했고, 이를 활용한 건강빵을 사업화하기 위해 저희와 업무 협약을 맺었어요. 자색옥수수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해 건강에 좋거든요.

    직관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옥수수빵이 인기를 얻으면 자색옥수수를 활용한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금도 자색옥수수 카스텔라 같은 제품을 싱싱베이커리에서 맛보실 수 있고요.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린 싱싱베이커리 외부. (사진=권소담 기자)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린 싱싱베이커리 외부. (사진=권소담 기자)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로컬의 힘은 ‘확장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해야 상품과 기술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거든요. 지금의 옥수수 범벅을 빵으로 만드는 기술만으로 안주하지 않을 겁니다. 강원지역에서 난 옥수수가 오래오래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이 조리법을 다양하게 변용해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싱싱베이커리의 옥수수 퀴니아망(프랑스식 디저트빵)이나 옥수수 식빵처럼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빵에 찰옥수수 범벅을 적용할 수 있거든요. 핵심 기술인 옥수수 범벅을 다른 카페에서도 제빵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납품‧유통할 계획도 있습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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