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돌봄 공동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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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돌봄 공동체의 도시

    • 입력 2023.06.12 00:00
    • 수정 2023.06.12 16:47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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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돌봄 공동체의 도시

    춘천시가 힘을 쏟고 있는 7대 시정목표는 ‘첨단 지식산업도시’ ‘최고의 교육도시’ ‘고품격 문화·관광도시’ ‘건강하고 행복한 복지공동체’, ‘편리하고 쾌적한 미래형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다. 문구만 보면 ‘건강하고 행복한 복지공동체’가 가장 끌린다. 다른 6가지 모두 무슨 무슨 도시인데 이 한 가지만 ‘공동체’를 말하고 있다.

    건강과 행복, 안전과 평안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스스로 유지해야 한다. ‘자기 돌봄’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필연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에 도래한다. 노인이 되고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이동, 학습, 음식물 섭취 등에서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가장 먼저 가족에게 의존하게 된다. ‘가족 돌봄’이다. 가족이 없거나 도울 수 없는 경우,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돌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시장 돌봄’이다. 자기 돌봄, 가족 돌봄, 시장 돌봄은 모두 사적(私的) 돌봄이다.

    한편으로는 공적(公敵)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적 재난이 일상이 되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났고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서비스를 더욱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공의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과 가족이 스스로 돌볼 능력이 없다는 취약성을 증명해야 하고 때로는 개인과 가족의 내밀한 사정까지 드러내야 등급으로 관리되는 돌봄 ‘대상’이 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우리말로 바꾸면 ‘공동체 돌봄’이라는 용어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공동체 돌봄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존엄과 독립은 유지하면서 고립되지 않고, 거주하는 마을과 도시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관계망의 참여자들은 지금은 건강하지만, 미래에는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미래에 도움을 줄 사람이 먼 곳이 아닌 우리 마을과 도시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공적 돌봄으로서 복지 서비스는 돌봄의 대상자와 제공자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나누고 시장 돌봄은 비용과 수익을 계산한 ‘가격’에 따라 나눈다. 공동체 돌봄은 이웃끼리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해 누군가를 기준에 따라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지불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타인에게 받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타인에게 돌려줄 수 있다. 공동체 돌봄은 나이, 성별,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화가 필요한 누군가와 안부를 나누는 것, 이웃과 반찬을 나눠 먹는 것, 잠깐 외출해야 하는 이웃의 반려견을 돌봐 주는 것들까지 돌봄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공동체 돌봄은 ‘확장된 가족’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확장된 가족은 이웃일 수도 있으며 봉사단체나 지원 조직일 수도 있고 공공기관이 될 수도 있다. 공적 돌봄이 확대된다는 것은 대상자가 늘어나고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겠지만 공동체 돌봄에서는 참여자가 많아지고 관계망이 넓고 두터워지며 활용 가능한 자원과 재능 그리고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반전된다.

    춘천시의 시정 목표중에 복지공동체가 특히 끌리는 것은 도시 전체가 이러한 돌봄 관계망으로 보호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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