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만원, 금수저 아니고서야⋯” 청년도약계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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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70만원, 금수저 아니고서야⋯” 청년도약계좌 논란

    정부 지원 청년도약계좌 이달 출시
    월 70만원씩 5년 채우면 5000만원
    경제 수준 낮은 청년들에겐 ‘허울’
    담보대출·마통 등 대안 실효성 의문

    • 입력 2023.06.08 00:01
    • 수정 2023.06.11 07:15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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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70만원씩 5년을 낼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요? 금수저 아니고서야···.”

    춘천 소재 대학생 김진호(26)씨는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했다가 6개월 만에 해지했다. 2년 만기 시 원금의 10%에 달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매월 50만원을 저축했지만 금세 생활비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엔 적금으로 1000만원, 2000만원 모을 생각에 마냥 신이 났다”며 “그러나 당장 눈앞에 현실이 벅찼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가 이달 출시를 앞둔 가운데, 젊은 층 상당수는 생활비 부족으로 납입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높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매월 70만원을 납부해야하는데, 대부분의 청년층은 이를 위해 생활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는 고금리 혜택이 일부 고소득이나 소위 '금수저' 청년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 안에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할 계획이다.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저축할 때 만기 시 정부 지원금을 더해 약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개인소득 연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가 가입할 수 있다. 자산 조건은 따로 없다. 은행권은 이달 12일 금리 수준을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만기 5000만원 지급 공약에 따라 6%대 수준에서 금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년 지원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세대에 비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들이 긴 만기와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정부 금융 지원 정책 청년희망적금 역시 연 10%에 달하는 금리로 출시 초반 286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1년도 안 돼 45만명이 적금을 해지했다.
     

    7일 오후 춘천 약사명동. 한 시민이 은행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7일 오후 춘천 약사명동. 한 시민이 은행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만기 2년, 월 저축액 50만원이었던 청년희망적금에서도 이미 다수가 이탈한 전례가 있듯 이보다 긴 기간에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들의 중간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원대와 한림대 커뮤니티에선 “생활비 부족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지 적금을 해지할지 고민”이라는 등 이미 적금을 해지했거나 고민하는 학생의 글도 등장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후평동에 사는 직장인 김나연(27)씨는 2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안팎의 금액이다. 김씨는 “적금을 해지하기는 아까워 적금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며 “50만원 내는 것도 힘든데 매월 70만원씩, 그것도 5년이나 낸다는 건 불가능”이라며 “청년 중에서도 소득이 6000만원에 조금 못미치거나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는 이들만 가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청년 중도 해지 시 정부가 제공하는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청년도약계좌 역시 5년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할 경우 퇴직, 생애 최초 주택 구매 등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하는 사유를 제외하고는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부 은행에선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적금 담보 대출 역시 담보가 되는 예적금금리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부과해 이자를 책정하기 때문에 혜택받는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금리 부담도 커진다.

    춘천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무작정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줄 순 없으니 청년 적금 담보 대출 이자에 관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청년도약계좌 연계 마이너스 통장도 오히려 청년들의 부채를 더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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