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보수 필요” 공무원 “제가 보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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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보수 필요” 공무원 “제가 보기에는⋯”

    [기자수첩] 이종혁 사회팀 기자

    • 입력 2023.06.07 00:00
    • 수정 2023.06.08 00:28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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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혁 사회팀 기자
    이종혁 사회팀 기자

    춘천에 있는 한 산책로의 나무 계단이 망가져 시민이 다니기에 위험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이미 두 차례나 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계단은 후평동 한신아파트와 춘천계성학교 사이 산책로에 있다. 계단은 오랫동안 관리 되지 않아 곳곳이 삭아 밟을 때마다 흔들리기도 했다. 일부는 완전히 파손돼 계단 아래 흙과 모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갈 위험이 있어 보였다.

    기자는 담당 공무원에게 시민이 두 차례나 민원을 제기했지만, 조치가 없었던 이유를 물었더니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에 나가 상황을 살펴보니 파손된 정도가 심하지 않고 이용에 큰 불편이 없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말은 담당 공무원의 시각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후평동 한신아파트와 춘천계성학교 사이 파손된 채 방치된 나무 계단. (사진=이종혁 기자)
    후평동 한신아파트와 춘천계성학교 사이 파손된 채 방치된 나무 계단. (사진=이종혁 기자)

    하지만 시민의 생각은 달랐다. 본지 보도가 나가자 대다수의 독자는 해당 산책로의 보수가 필요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해당 산책로는 신체가 건강한 사람은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지만 교통약자들에게는 위험한 곳일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바로 옆 특수학교 학생들에게는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당 산책로 이외에도 춘천에는 수많은 산책로와 등산로에 설치된 계단과 난간 등의 시설물이 있다. 시설물이 워낙 많은 만큼 시가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시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안전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적극적인 태도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시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얼마나 시민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같은 문제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드는 생각은 다르다. 적어도 시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면 시민과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공직자가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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