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 사라져” 동네 문구점들 문 닫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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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다 사라져” 동네 문구점들 문 닫는 이유는⋯

    퇴계동 남부초 1학년 과거 9반에서 현재 4반으로 급감
    이로 인해 인근 문구점 7곳에서 2곳으로 줄폐업 이어져
    학교서 학생 준비물 직접 구매하는 제도도 매출에 타격
    도교육청 “학교에 동네 문구점서 구매하도록 강하게 권고”

    • 입력 2023.03.06 00:01
    • 수정 2023.03.08 06:41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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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퇴계동 남부초 후문에 있는 한 문구점. 과거 7곳이던 주변 문구점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적자를 못 버텨 줄폐업해 현재 2곳만이 남았다. (사진=서충식 기자)

    2000년대 초만 해도 동네 문구점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로 북적였다. 크레파스, 공책 등 학용품은 물론 간식들은 들여오기만 하면 금세 동이 났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준비물 지원제도 등의 이유로 차츰 설 자리를 잃었고, 현재는 동네 문구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3일 춘천 퇴계동 남부초교는 개학으로 인해 학생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후문 인근의 한 문구점은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1993년부터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점점 줄어가는 학생 수로 인해 근심이 가득했다. 새 학기면 학용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김씨는 “바로 앞에 있는 남부초만 봐도 전체 학년 가운데 1~3학년이 학급 수와 학생 수가 가장 적다”며 “옛날에는 9반까지 있던 1학년이 4반뿐이고, 그마저도 한 반에 20명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남부초 인근에 문구점만 7개가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그나마 나은 나와 건너편 문구점 빼고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퇴계동 또 다른 문구점은 남춘천초, 남춘천중, 남춘천여중으로 둘러싸여 있어 입지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어려운 운영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인 장모씨는 학생 수 감소도 문제지만, 강원도교육청의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를 문구점을 궁지로 몰아넣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2000년 도입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과정에서 필요한 학습준비물을 초등학교에서 직접 구매해 학생에게 제공하는 제도다. 2023년 강원도교육청은 매년 학생 1인당 5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용품 종류가 많은 대형문구점 및 편리한 온라인을 통해 학습준비물을 구매한다.

    동네 문구점들은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시행 이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도교육청은 2015년 학습준비물 구매 예산의 15% 이상을 학교 인근 문구점에서 구매하도록 제도를 손봤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게 동네 문구점 업주들의 의견이다. 현재는 의무 구매 비율이 20% 이상으로 소폭 상승한 상태다.

    장씨는 “지역사회에서 구매하는 비용을 고작 20%로 정해놓으면 동네 문구점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에 매출을 더 많이 뺏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학용품을 팔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24시간 문을 여는 무인 문구점 등도 동네 문구점의 설 자리를 좁아지게 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은 아이들 간의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고, 각 학교에 20% 그 이상을 동네 문구점에서 구매하도록 매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구매 비율 인상은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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