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만 해도 동네 문구점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로 북적였다. 크레파스, 공책 등 학용품은 물론 간식들은 들여오기만 하면 금세 동이 났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준비물 지원제도 등의 이유로 차츰 설 자리를 잃었고, 현재는 동네 문구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3일 춘천 퇴계동 남부초교는 개학으로 인해 학생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후문 인근의 한 문구점은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1993년부터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점점 줄어가는 학생 수로 인해 근심이 가득했다. 새 학기면 학용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김씨는 “바로 앞에 있는 남부초만 봐도 전체 학년 가운데 1~3학년이 학급 수와 학생 수가 가장 적다”며 “옛날에는 9반까지 있던 1학년이 4반뿐이고, 그마저도 한 반에 20명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남부초 인근에 문구점만 7개가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그나마 나은 나와 건너편 문구점 빼고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퇴계동 또 다른 문구점은 남춘천초, 남춘천중, 남춘천여중으로 둘러싸여 있어 입지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어려운 운영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인 장모씨는 학생 수 감소도 문제지만, 강원도교육청의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를 문구점을 궁지로 몰아넣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2000년 도입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과정에서 필요한 학습준비물을 초등학교에서 직접 구매해 학생에게 제공하는 제도다. 2023년 강원도교육청은 매년 학생 1인당 5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용품 종류가 많은 대형문구점 및 편리한 온라인을 통해 학습준비물을 구매한다.
동네 문구점들은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시행 이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도교육청은 2015년 학습준비물 구매 예산의 15% 이상을 학교 인근 문구점에서 구매하도록 제도를 손봤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게 동네 문구점 업주들의 의견이다. 현재는 의무 구매 비율이 20% 이상으로 소폭 상승한 상태다.
장씨는 “지역사회에서 구매하는 비용을 고작 20%로 정해놓으면 동네 문구점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에 매출을 더 많이 뺏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학용품을 팔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24시간 문을 여는 무인 문구점 등도 동네 문구점의 설 자리를 좁아지게 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은 아이들 간의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고, 각 학교에 20% 그 이상을 동네 문구점에서 구매하도록 매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구매 비율 인상은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