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기간 지나면 돌아올까’ 공무원 사라진 춘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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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기간 지나면 돌아올까’ 공무원 사라진 춘천의 밤

    음주 삼가 지시에 춘천 공무원들 회식 피해
    “춘천은 공무원들이 상권에 크게 영향 줘”
    후평동 먹자골목 불금에도 분위기 썰렁해

    • 입력 2022.11.08 00:01
    • 수정 2022.11.10 00:07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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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저녁 방문한 후평동 먹자골목 내 한 식당이 금요일임에도 한산하다. (사진=서충식 기자)
    4일 저녁 방문한 후평동 먹자골목 내 한 식당이 금요일임에도 한산하다. (사진=서충식 기자)

    금요일이었던 지난 4일 오후 8시쯤. 춘천 후평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텅 비어 있었다. 이곳 먹자골목은 고깃집, 포차, 치킨집 등 음식점 및 술집이 몰려 있는 춘천 내 번화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저녁 내내 행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 주인 A씨는 “금요일 저녁이면 1~2개는 꼭 있던 단체 예약이 오늘은 하나도 없다”며 “국가애도기간이라 공무원들이 저녁 약속을 피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로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난 주말 춘천 시내 골목 상권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특히 정부가 10월 30일부터 11월 5일을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데 따라 ‘공무원 도시’인 춘천 시내는 이 기간 행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자영업자들 역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국가애도기간 후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까 긴장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애도기간 단체 회식과 과도한 음주 등을 자제하고, 공직자로서 품위 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을 금지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연가 사용을 자제하고, 비상 연락체계를 정비·유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 부처에 보냈다. 춘천시는 같은 내용의 행동 지침을 애도기간이 끝나고서도 당분간은 유지해달라고 직원 및 산하기관에 주문했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한 만큼 행정력을 최대한 집중하고, 혹시 모를 잡음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자 춘천 상권의 큰손인 공무원들의 단체 모임과 예약 문의가 급감했다. 춘천시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공식적인 지시는 ‘자제하라’는 것이지만, 공무원들은 이럴 때 잘못 찍히면 신세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잡혔던 약속을 취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여기에 공무원들의 가족 지인 일반 시민도 추모 분위기 탓에 저녁 약속을 꺼리면서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해진 것.

     

    4일 저녁 방문한 후평동 먹자골목에는 거리를 다니는 사람 몇몇만이 보였다. (사진=서충식 기자)
    4일 저녁 방문한 후평동 먹자골목에는 거리를 다니는 사람 몇몇만이 보였다. (사진=서충식 기자)

    여기에 국가애도기간 동안 강원도 내에서 소방 공무원의 일탈 행위가 적발되면서 공직 사회의 긴장이 더 심해졌다. 강원도에서는 한 소방관이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춘천 온의동에서 음주운전과 차량 절도 등의 혐의로 입건돼 직위가 해제됐다. 바로 다음 날 부산에서는 경찰관이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 역시 직위가 해제됐다. 이에 강원소방본부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음주운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도내 시·군 소방서에 전달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후에도 당장 이전 분위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한 부실한 행정력이 계속해서 지적받는 상황이고, 한 달 후에 있을 크리스마스로 인해 긴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연말이면 공직기강 준수를 강조하는데, 이번 참사로 인해 더욱 강화된 감찰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춘천 중앙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춘천은 공무원이 많다 보니 정부 움직임에 따라 상권도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달 20일부터 시작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다. 퇴계동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대표 C씨는 “배달 주문으로 먹고사는 치킨집은 그나마 나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위축된 소비 분위기를 월드컵이 다시 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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