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의 젊은춘천] 거절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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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완의 젊은춘천] 거절과 친해지기

    • 입력 2022.10.26 00:00
    • 수정 2022.10.26 14:33
    • 기자명 낭만농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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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

    “죄송하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업을 운영한 지 3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거절을 당합니다. 연차가 커지면 더 단단해 질 거 같았지만 실패는 여전히 씁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맛본 첫 번째 실패의 고배는 2019년 8월이었습니다. 시드라운드 투자(극 초기 단계 투자·스타트업이 창업 아이디어를 상품 프로토타입이나 베타 서비스로 구축하는 단계에서 진행되는 투자)를 논의하며 약 3개월간 팔로우업 미팅(투자사의 심사역이 투자 전 스타트업을 파악하고 조율하기 위해 갖는 미팅)을 가진 투자사에서 첫 거절을 당했습니다.

    투자가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는 필자 기업이 스케일업(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중 검증된 모델을 통해 고성장을 이루는 단계) 단계에서 종적 또는 양적 확장이 불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자금을 넣고 일정 기간 후에 회수해야 하는 투자사 입장에선 필자 기업의 문제가 너무 치명적인 것이었습니다. 투자사에서 첫 거절을 당하고 많은 고민과 함께 스케일업이 가능한 모델로 서비스를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맛본 실패는 2020년이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일손 부족을 겪는 농가와 여행객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를 운영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여행객이 농가에서 8시간 노동을 하면 농가에서 이틀간의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의 여행이었습니다. 이 모델을 검증하고자 서비스에 유입시킬 수 있는 농가들을 물색할 때였습니다. 당시 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 100인의 청년 농부들을 전부 리스트업 했고, 그들에게 서비스의 취지와 구조를 설명하며 공급자 계약을 권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00명의 청년 농부 중 98명에게 거절당하고 두 번의 서비스 검증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봉화군과 충주시에서 서비스 테스트를 마친 후엔 여행객과 농장주 모두에게 거절당했습니다. 여행객은 농장일이 너무 힘들어서 노동과 여행이 공존할 수 없다는 피드백을 줬고 농장주는 여행객들이 일을 너무 못해서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런 뾰족한 피드백을 받은 후 사업 모델의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해 빠르게 모델을 수정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겪은 세 번째 거절은 팀원이었습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처음 고용한 팀원은 초기엔 열정이 넘쳤습니다. 밤낮없이 함께 서비스를 구축해 가며 여러 가지 가설을 검증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체계와 뼈대가 없던 초기 스타트업은 팀원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약 일년간 함께 일했던 팀원은 필자 기업에서 어떠한 성공 경험도 하지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되새기며 지금 팀원들에겐 소속감과 안정감 그리고 성공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와의 관계, 공급자와 유저와의 관계, 팀원과의 관계 등 관계를 맺으면서 수많은 거절을 하고 또 당하게 되지만, 거절은 너무 어렵고 힘듭니다. 하지만 거절로 인해 힘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실패의 경험을 반추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이때 개인으로서 기업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사업을 통한 여러 번의 거절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예측하고 방지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비즈니스적 관계를 시작할 때 상대방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이어가며 그 첫인상을 신뢰와 확신으로 바꿔가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여러 번의 거절을 통해 배우며 거절과 조금 친해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다시 겪게 될 거절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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