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춘천시간은행’ 설립은 미래사회 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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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춘천시간은행’ 설립은 미래사회 대비다

    • 입력 2022.10.20 00:00
    • 수정 2022.10.21 12:58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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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카카오 먹통’ 사태의 여진이 정보통신사업 전반으로 번졌다. 아울러 국가적 과제로 대두됐다. 대통령이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카카오톡이 공무원은 물론이고 군인에게까지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어 국가 안보적으로도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사태는 데이터센터 건물 화재로 인해 촉발됐다. 이것이 민생을 ‘셧다운’시켰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 조정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안일함이다. 관련 법‧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국회와 정부 관련 부처의 안이함이 함께 도마에 오른 이유다. 화재 등의 유사시에 대비해 이원적 운영 시스템을 갖추게 했어야 옳았다는 질타다. 

    만시지탄이지만 옛 선인들의 지혜를 되새겨야 할 문제다. 고려시대에는 실록을 한 부가 아닌 두 부로 제작, 개경과 합천 외사고(해인사에 설치)에 나란히 보존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오대산을 비롯한 전국 5곳의 사고(史庫)에 봉안했다. 임진왜란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은 본을 재인쇄해 여러 곳에 보관한 것이다. 

    화두는 ‘사전 대비’다. 인생이 그렇다. 더 나은 생활 효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절기(節氣)를 타고 순환하는 세월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문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것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라고 일갈한 토머스 에디슨의 충고에 기댈 필요는 없다. ‘시간은 금’이라고 했으니 귀중하게 여기라는 것이다. 이를 자본주의적으로 해석하면 ‘시간을 많이 확보할수록 돈을 벌 기회 또한 많이 생긴다’는 충고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활동이 제한받는 상황이 빚어져 시간을 재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타임뱅크(Time Bank·시간은행)’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이 투여한 시간만큼 ‘시간화폐(Timepay·타임페이)’를 적립하는 것이다. 유휴 시간 저축이다. 그리고 자신이 도움을 받고자 할 때 적립한 시간을 인출, 타인의 도움을 받게 한다. 올해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간은행’의 운영 취지다. 인접한 가평군복지재단도 ‘가평타임뱅크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참가자 교육을 실시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간은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안착한 정황이다.

    타임뱅크, 시간은행은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다. 시간화폐 운영 체계·시스템이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방식이다. 우리네 전통 품앗이를 체계화한 신개념 봉사활동으로 지역공동체 회복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실제 혈액은행과 다름없다”는 것이 타임뱅크 창시자인 에드가 칸의 지론이다.

    칸은 타임뱅크의 가치를 5가지로 제시했다. 자산-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사회를 위해 기여하게 한다. 새로운 노동의 정의- 자녀 양육과 가족 보존, 이웃의 안전과 활력을 도모하고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 등이 시장경제에서의 노동과 동일하게 그 가치가 인정되게 한다. 호혜성- ‘서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니게 한다. 사회적 자본- 경제적 인프라 구축만큼 신뢰, 호혜, 시민참여에 의한 사회적 관계망 유지. 존중- 필요에 의해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대로를 서로가 존중하게 한다.

    몇 해 전 춘천에서도 타임뱅크 참여 호소가 있었다. 그러나 이내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춘천지혜의숲이 올해 시니어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으로 타임뱅크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두 차례 실시했다. 지난 18일 2차 수료식에 참여해 축하해 준 1기 수료생 대표단은 본격 활동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다음 달 정식 모임을 갖고 본격 활동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박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타임뱅크 운동은 초고령화와 IT산업이 재촉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정도를 넘은 시장경제에서 대책 없이 소외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더구나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서로 간에 일손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울 게 불 보듯 뻔하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지역공동체 회복이 절실하기에 서로 돕고 혜택을 얻는 방식의 시간화폐 활용 체계·시스템 구축은 필수다. 춘천시와 시민사회가 두루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일이다. ‘춘천시간은행’ 설립 소식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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