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서 ‘제로 웨이스트’ 도입한 친환경 미술 행사 열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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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서 ‘제로 웨이스트’ 도입한 친환경 미술 행사 열려 눈길

    ‘에코아트페어-제로섬씽’ 10일까지 문예회관서 열려
    강원도 활동 작가 76명 참여, 600여점 대규모 전시
    폐현수막 활용한 작품, 연필로 쓴 작품 캡션 등 시도

    • 입력 2022.10.09 00:01
    • 수정 2022.10.10 00:3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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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페어에 제로웨이스트 개념을 도입한 ‘에코 아트페어 제로 섬씽(ZER0-S0METHING)’이 1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아트페어에 제로웨이스트 개념을 도입한 ‘에코 아트페어 제로 섬씽(ZER0-S0METHING)’이 1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에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도입한 친환경 미술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회는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하는 아트페어임에도 화려한 홍보물이나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장식 대신 환경에 이로운 시도를 한 것. 

    전시 타이틀은 ‘에코 아트페어 제로 섬씽(ZER0-S0METHING)’으로 오는 1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강원도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전시로 지속 가능한 예술의 가능성을 강원도에서 찾기 위해 마련했다. 치장된 허구와 자본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진심이 깃든 예술을 고민하는 자리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작품 캡션은 연필로 쓰고 판매 작품은 스티커 대신 색연필로 표시한 모습. (사진=한승미 기자)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작품 캡션은 연필로 쓰고 판매 작품은 스티커 대신 색연필로 표시한 모습. (사진=한승미 기자)

    이번 전시는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제로 웨이스트’를 전면 도입했다.

    전시 제목인 ‘제로 섬씽'(ZER0-S0METHING)의 영문 표기에서 영어 알파벳 ‘O’ 자리를 숫자 ‘0’으로 대신 쓴 이유도 ‘제로(0)’에서 ‘무언가(something·섬씽)’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예술 본연이 주는 가치는 물론 환산 불가능한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찾겠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도록 등은 온라인으로 대체했고, 작품 캡션을 표기하는 라벨 스티커 대신 연필로 손수 적었다. 일반적으로 작품 캡션을 부착하는 일은 1명이 한두 시간이면 금방 할 수 있지만, 손으로 모두 적다 보니 3명이 이틀을 걸려 완성했다. 작품이 판매되면 붙이는 빨간 스티커도 빨간 색연필로 대체했다.

    전시 제목을 알려야 할 대형 현수막 대신 연필로 타이틀을 그려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장 안팎에도 최덕화 작가가 폐현수막으로 작업한 대형 작품들이 걸렸다. 춘천시청 디자인과를 통해 수거한 폐현수막 100여점을 모아 완성한 작품으로 버려지는 것에서 다시 가치를 찾아 살리자는 마음을 담았다. 

    강원도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는 강원도에서 활동하거나 연고를 둔 7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소속 단체와 활동 지역, 세대 등을 아우른다. 기존 지역에서 열리던 대규모 전시는 단체별로 열리고 서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갤러리 단위로 참가하고 있는 만큼 강원지역 작가 작품들을 고루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황효창 원로작가부터 청년 작가까지 참여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최근 높은 작품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조병국 작가와 자폐화가 이장우, 박수근 화백 손자 박진흥 작가 등도 작품을 걸었다. 또 김대영 작가,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 등 춘천미협 소속 작가와 류정호 강원민족미술인협회장을 비롯한 신승복, 류재림, 김인순 등 전직 강원민미협회장 등도 함께했다.

    전시작도 총 600여점으로 대규모다. 전시 장르도 다양하다. 회화와 도예, 조각, 공예, 사진, 일러스트, 서예, 캘리그라피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서재와 정원 콘셉트로 꾸민 쇼룸 형태의 전시 공간. (사진=한승미 기자)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서재와 정원 콘셉트로 꾸민 쇼룸 형태의 전시 공간. (사진=한승미 기자)

    전시장 일부는 실내와 실외, 두 가지의 일상 공간으로 꾸며졌다. 예술 작품이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공간은 각각 서재와 정원 콘셉트의 쇼룸 형태로 조성했다. 공간에는 대작보다는 작은 크기의 작품들이 책상 위, 장식장 등에 걸려 있다. 전시 공간에 작가별로 유사한 작품이 전시된 것과 달리 공간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여러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진다. 물론 공간을 꾸민 책상, 캠핑 테이블도 작가들의 소장품을 가져와 전시를 위한 낭비를 지양했다. 벽도 페인트칠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천으로 꾸며 색을 더했다.

    전시장 안팎에 새로운 시도를 더 한 부스들도 있다. 

    입구에 있는 ‘초록별과 사랑’은 관객 참여 전시 공간이다. 이면지에 환경에 대한 문구를 적어 팔각형의 나무 조형물에 거는 형태로 관객이 참여하는 환경 캠페인이다. 또 미래 세대인 춘천 남산초교와 서천분교 어린이들이 류재림 작가와 함께 작업한 그림 364점이 전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소품이 한데 걸린 ‘아트시월'(art 10 wall)이 있다. 

    지구의 자연과 환경,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참여작가 전원이 참여했다. 작품명과 작가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형태로 모든 작품이 10만원 단일 금액에 판매된다. 관객들의 작품 소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예술 작품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한 시도다. 

    정현경 전시 디렉터는 “대안적인 미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들을 담은 자리”라며 “제로웨이스트와 작가 주도의 미술시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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